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는 삶의 매 순간이 ‘선거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매일 선거 관련 뉴스가 나오고 선거벽보와 현수막이 길거리에 나붙은 지금,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일상의 한 켠을 차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유세차 소음 때문에 짜증이 날 때도 있고, 자꾸 명함을 건네며 인사해서 귀찮다고 생각할 때도 많을테지만, 이렇게 조금은 ‘시끄럽고 귀찮은’ 선거는 우리가 ‘주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태어나면서부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감흥을 크게 느끼지
필자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아니, 이제는 좋아‘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동갑내기, 그리고 엄마뻘 노동자가 그들의 일터에서 집으로 영원히 퇴근하지 못했다.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아이스크림을 머금을 때 입 안에 퍼지는 달콤함과 상큼함이 죄책감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의 일터에선 지금껏 수많은 이들이 죽어왔고,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죽어갈 것이다. 우리는 과연 그들의 피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과 빵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달콤함을 음미하는 것에 대해 고찰을 해본
으레 첫 출발을 하려면 설레임과 동시에 두려움이 함께한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필자는 교원의 꿈을 품고 교육대학원에 입학했다. 여느 직장인들이 그렇지만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다행히 동료들의 배려와 유연근무제 덕분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십수 년 전, 대학을 졸업했기에 격세지감도 있지만, 당시 학업과 동시에 학군단, 학생회 활동을 병행했기에 캠퍼스 생활을 만끽하지 못했다는데 아쉬움이 남아있다. 과거 책과 노트를 곧잘 들고다니던 학생들 손에는 이제 노트북이나 테이블릿이 들려있고, 교수님은 전자
‘네이처링(naturing)’이라는 앱이 있다. 접속 후 ‘추천 미션’ 카테고리에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라는 제목의 미션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관찰기록’ 탭을 다시 클릭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지도가 나타난다. 무수히 많은 새 모양의 기호들로 빼곡하게 덮인 지도이다. 이 기호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조류충돌(bird strike)’이 발생한 장소를 가리키는 기호이다. 조류충돌은 사실 최근 등장한 용어는 아니다. 비행기의 이착륙과 운항 중 날아드는 조류로 인한 사고를 지칭하는 용어로 그간 사용되어 왔기 때문
유독 ‘정상화’라는 단어가 빈번한 한 해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한 2020년 이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행사들이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졌는데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에도 영화제가 열리긴 했지만 ‘정상화’를 선언한 올해 부국제의 활기는 그때와 명백히 달랐다. 3년 만에 정상규모를 되찾은 제27회 부국제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열흘 내내 북적이는 사람들과 함께했다.“어쩌다 부산까지 오게 됐어요?” 숙박비를 30여만 원이나 지불하고 타 지역에서 부산까지 찾아온 봉사자 동료에게 던진
지난달, 석사과정 동안 동고동락했던 6명의 동료가 졸업했다. 전공 특성 덕분에 유학생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서인지, 동료 6명 중 5명이 유학생이었다. 5명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석사논문을 한창 쓰고 있던 내게 “논문 쓰는 거 많이 어려워요?”라고 마치 짠 듯이 물어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렵다기보단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머리를 싸매거나 한숨을 쉬던 모습조차도 데칼코마니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그런 동료들이 부산대 석사라는 졸업장을 품에 안고 교정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무서움을 느끼
‘노인과 바다만 남는 도시’ ‘번듯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국내 제2의 도시’ 부산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이 들릴 때마다 귀를 바짝 갖다 댄다. 속이 부글거린다. 웬만한 건 넘어가도 부산대가 흔들린다는 얘기는 못 참을 듯하다. 안 좋은 예감은 여지없이 들어맞는다. ‘부산대도 정원 미달 우려’ ‘지역대 고사 위기 현실화’ ‘갈수록 수도권 대학에 뒤떨어지는 취업률’ 이쯤 되면 책상을 툭 치고 한숨을 푹 내쉬어버린다. 2012년 4월 취업과 함께 서울로 떠나온 뒤 부산은 1년에 두세 번 찾는 곳이 됐다. 2011년 8월 졸업한 부산대엔 한
이번 학기가 나의 부산대에서의 첫 학기다. 아직은 낯설지만, 이제 봄이 지나며 학교에는 따스한 기운이 맴도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상담 중에 어떤 학생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왜 교수가 되기로 결심하셨어요?” 나는 그 질문을 받고, 나의 20대로 돌아가보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나는 교수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 때는 기자가 되고 싶어서 학보사에서 기자생활도 했었다. 그래서 원고 의뢰를 받았을 때, 과거의 나와 만나는 아련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 나는 강단에 서서 학생들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그러나 책의 날이 제정된 지 30년도 되지 않은 지금, 책을 향한 관심은 줄고만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47.5%, 연간 독서량은 4.5권으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SNS에 있다. SNS에 최적화된 짧은 글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긴 글인 책을 읽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KT경제경영연구소와 DMC미디어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SNS 이용률은 87%다. 따라서 정보 제공자는 대다수가 사용하는 SNS
한국 사회의 수도권 과밀화는 망국적 상태에 이르렀다. 인구의 절반이 서울에 모여 살고, 사회의 부와 상당수의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 집중화의 문제는 부동산 문제, 지나친 경쟁의 심화, 저출생, 도시밀집, 미세먼지 등 여러 사회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심각하게 저해한다. 저출생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청년 인구 역시 줄어드는데, 지방의 청년인구 감소는 대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어 폐교 및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지역균형에 대한 관심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는 하지만, 이는 산업 재배치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 114주년을 맞이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세기 전 미국에서 여성들은 "빵과 장미를 달라”고 요구했다. 2022년 3월 8일, 전 세계에서 빵과 장미를 나누는 행사가 열렸다. 나와 친구들은 SNS상에서 빵과 장미가 그려진 이모티콘을 주고받는 것으로 작게나마 이 날을 기념했다. 여성의 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여성 노동자들은 1908년부터 뉴욕에서 가두행진을 진행했고 그 이전에도 여성노동자의 노동권 신장 운동은 존재했다. 뉴욕 트라이앵글 블라우스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5
부산대학교 언론사 'Channel PNU' 오픈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부산대학교 언론사는 시대정신과 대학정신으로 대학 저널리즘을 대표하며 부산대학교 76년 역사와 함께 해왔습니다. 대학의 소통 채널로서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통찰력 있는 기획과 뉴스 분석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받아 왔습니다. 부산대학교 언론사가 언론의 정도를 걸으며 우리 효원인들과 함께 한 축적의 시간 속에는 수많은 고비와 도전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위기가 급격하게 앞당겨진 디지털 환경에서 다매체·다채널을 통한 소
국제신문은 지난달 대학언론인네트워크 부산지역위원회(부산대언넷)와 동아대·부경대·부산가톨릭대·한국해양대 등 지역 4개 대학 학보사와 함께 ‘2020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부산지역 대학생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공동으로 설문조사 문항을 설정하고 설문 응답을 받아 이를 분석하고 추가 인터뷰까지 진행해 ‘대선, 부산 MZ세대 속마음’이라는 총 4편의 시리즈 기획 기사를 연재했다.이번 선거에서 모든 후보가 중요하게 여기는 2030 세대가 바라보는 선거와 후보, 지역·청년 공약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고정관념처럼 가지고
우연한 기회에 올해 3월부터 부대신문, 부대방송국, 효원헤럴드를 통합하는 새로운 미디어 ‘채널PNU’가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동안 조용했던 우리 부산대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는 기대에 벌써 들뜬 기분이다. 지금처럼 인터넷 매체나 SNS와 같은 미디어가 없었던 대학시절, 우리는 대학 신문이나 대학 방송국의 소식들을 통해 학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들을 전해들을 수 있었고 학교나 지역의 발전은 물론 나아가 국가나 세계를 위한 고민들을 공유하곤 하였다. 점심시간이나 일과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면 흘러나오는
코로나 19의 유행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공동체 의식을 외쳤다. 상호협력과 사회적 연대 만이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발표된 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라는 응답이 이전해 보다 5%포인트 이상 증가한 모습이 보였다. 실제로도 임대료를 큰 폭으로 낮추어 주는 건물주의 사례와 같이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대유행이 2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 보인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와 같은 기관에서 진행한 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