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7일에 부산지방법원은 주식회사 태양의 송금조 회장이 우리 대학교를 피고로 하여 제기한 110억 원의 채무부존재 확인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패소한 원고가 항소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지고 있으므로 이 번 판결로 송금조 회장의 기부금 관련 문제가 법적으로 모두 해결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1심 판결에서 우리 대학교가 승소한 것은 일단은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된다.


  판결은 지극히 법적인 문제를 따진 것이다. 쟁점은 송금조 회장이 밝힌 기부의 목적에 따라 우리 대학교가 발전기금을 특정 용도로만 사용할 의무를 지는지의 여부였다. 이 점에 관하여 판결은 송금조 회장의 발전기금이 우리 대학교에 그런 의무를 지운 성질의 증여, 이른바 부담부증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부금 출연자가 지정한 기부금의 사용 목적이나 사용 방법과 달리 기부금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약속한 기부금은 모두 출연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대학교가 실제로 송금조 회장이 출연한 기부금을 지정된 사용 목적이나 사용 방법과 다르게 사용하였는지의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판결은 또 우리대학교가 송금조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송금조 회장이 우리 대학교에 305억원을 기부하기로 하였다는 것은 처음에 매우 아름답고 고귀한 이야기였다. 법원에 가서 나머지 돈을 줄 의무가 있느냐를 따지게 될 것으로 생각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법은 많은 경우 최소한의 도덕에 그치고자 한다. 305억원의 기부는 그런 최소한의 도덕에 그치는 작은 가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큰 가치를 지닌 고귀한 이야기가 법정에 가서 매우 저급한 다툼으로 변해버린 것을 보면서 1심 재판의 승소를 기뻐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우리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법정에서 다툰 것은 무엇인가? “왜 쓰라는 대로 돈을 쓰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다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 쓴 것이고 기부금 집행의 형식이나 절차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 대답이었다.
  원고의 말이 이렇게 바뀔 수는 없는가? “기부금 사용의 조건은 ‘후진교육 잘 해달라, 국가에 필요한 인재양성에 써 달라’는 것뿐이다. 양산 캠퍼스 땅 값으로 쓰면 좋겠지만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을지는 부산대학교가 알아서 하라.” 이 말에 “정말 고마운 말씀이다. 학교에 여러 재정 수요가 있지만 이 기부금은 기부자의 의사에 맞게 사용하겠다.”라고 화답할 수는 없는가? 이것이 최소한의 가치이고자 하는 법의 테두리를 넘어 높은 가치의 도덕적 세계에서 주고받아야 할 대화가 아니겠는가?

 
   우리의 문화에서 법정에 가서 다투었다는 것은 회복하기 어려운 관계의 파탄을 의미한다. 그래서 송금조 회장과 우리 대학교가 관계를 회복하고 거액의 기부에 담긴 고귀한 가치를 되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기부를 약속하고 최초의 기부금을 받을 때의 아름다운 초심으로 돌아가서 305억원의 기부가 지니는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이번 재판의 당사자에게 남겨진 최선의 길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부산대학교는 어렵게 보이는 일도 성취해 내는 저력이 있다. 이번에도 어려운 일은 성취해내기 바란다. 소송에서의 승패를 떠나, 송금조 회장과 부산대학교의 명예가 모두 회복되고 기부에 담긴 고귀한 정신을 되살리는 방법을 찾아서 실천하여 주기를, 그래서 아름답게 시작된 이야기를 아름답게 끝맺음 지어 주기를 대학 본부의 관계자들에게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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