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의 나무들이 가을 햇빛을 받고 찬란하게 흔들린다. 그 아래 삼삼오오 웃으며 또는 고개를 숙이고 걷는 학생들. 이들에게 부산대의 가을은 어떻게 기억될까? 얼마 전 학생들에게 내준 기말 과제는 “2010년 부산대 학생들의 삶과 문화를 기록(documenting) 하라”였다. 학생들이 팀별로 잡은 주제는 자취방과 기숙사, 부산대의 음식문화, 축제 등 다양했다. 길가 광고 벽보, 축제 팸플릿, 포스터, 기획안, 단체 티셔츠, 유니폼, 인터넷 게시판 공고문, 구술 등 기록 매체와 유형을 불문하고 2010년 부산대 학생들의 활동과 문화를 남길 수 있는 선별적 기록 수집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50년 전 부산대 학생들의 일상은 어떠했을까? 수업, 동아리활동, 아르바이트에서 연애에 이르기까지 희망으로 빛나거나 힘겨웠던 그들의 캠퍼스 라이프는 개별화된 기억 속에만 드문드문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억들을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는 곳이 바로 대학기록관이다. 대학기록관은 기록을 통해 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사명을 가진다.  따라서 대학기록관은 대학 행정 기록뿐 아니라 대학의 주체인 교수, 학생들의 활동 전반에 대한 기록을 균형 있게 수집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가장 난제는 학생기록을 수집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체로 4년 동안 머물다가 학교를 떠나고 학생활동조직은 대학이 통제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활동 기록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을 그나마 채울 수 있는 것이 동문들이 기증하는 기록이다. 지난 가을 우리 대학의 기록관에서도 <효원 역사자료 공모전>을 실시하여 동문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기록 기증활동을 전개하였다. 촘촘히 필사된 수업 노트, 철필로 긁어 등사기로 농촌활동 준비자료, 50 여 년 전 교정의 풍경이 담긴 사진들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동문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록은 ‘간신히 혹은 어쩌다가 살아남은 기록’들로서 양도 적거니와 대표성도 미약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대학기록관들은 학생기록을 생산과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70-80년대 학내 시위현장에서 뿌려진 유인물들, 40-50년간 유지되다 지금은 없어진 동아리들의 기록(입회원서, 활동일지 사진첩 등)을 적극 수집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록에는 당시 학생들의 희망과 분노, 멀미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런데 모 대학에서 얼마 전 총학생회 정파가 바뀌자 이전 학생회 기록을 모두 파기해버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의 기록은 내일의 역사이며,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몫이다. 대학당국이 기억하는 학생활동과 학생집단 스스로 기억하는 학생활동의 기억은 사뭇 다를 터인데, 과연 부산대 역사에서 학생들은 어떻게 기억될까? 학생회, 동아리, 각종 행사 기록을 잘 남겨 대학기록관이 보존토록 하는 기록문화운동이 전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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