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 육체적 고통 겪어도 재계약 때문에 벌벌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떠난 지 40년.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노동환경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1일,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95일의 투쟁 끝에 정규직 전환을 일궈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구속되거나 부상을 당하는 등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지난 15일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는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를 찾기 위해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파업 도중 한 노동자는 사측이 동원한 용역의 무자비한 폭력에 분노를 표출하며 분신을 시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기업과 공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주위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울산제일고등학교(울산 제일고)는 지난 2월 말, 급식소에서 일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해고했다. 해고사유는 계약만료로 인한 계약해지. 이번에 해고된 울산 제일고 급식소 여성 노동자들은 적어도 3년, 길게는 9년 동안 이 학교에 몸 담아왔다. 기간제근로자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비정규직보호법) 제4조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 법률을 역이용해 해고를 합법화 하고 있다.


  울산 제일고에서 해고된 최정란(울산 신정동, 43) 조리원은 “급식소에서 일하는 동안 학생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웃을 수 있었다”며 “허울 좋게 만들어진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렸다”고 호소했다. 이어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이창규 정책기획국장은 “울산교육청과 울산 제일고에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해당 교육청을 방문했지만 오히려 울산 제일고 해고 노동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며 “학교와 교육청은 힘없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설 자리를 점점 빼앗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우리 학교에도

  한편, 우리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 역시 공통적으로 불안정한 고용 현실을 걱정하고 있다. 학내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경비직과 미화직, 식당 근로직은 각각 용역 업체에 소속돼 있으며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다. 우리학교에서 7년 동안 경비원으로 근무해온 한국노총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부산대지부장 정태준 씨는 “계약기간이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라서 연말이 되면 항상 불안해진다”며 “요즘 무인 경비 시스템으로 바꾸는 추세다 보니 경비 인력을 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시간 강사 또한 고용이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 하유식(사학) 사무국장은 “강좌 개설권이 없는 시간 강사는 교수와의 관계가 악화되면 재임용에 불익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적은 보수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업무량도 문제다. 경비원들은 24시간 근무를 하고 그 다음날 업무를 교대 한다. 식당근로자 역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가 점심시간이고, 오후 5시부터 다시 저녁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부족하다. 문창회관 식당 ㄱ씨는 “앉을 시간도 없이 일하는데 그에 비해 임금은 너무 적다”며 “적은 임금, 힘든 일 때문에 새로 사람 구하기도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시간 강사의 경우 정교수와 같은 시간을 강의하더라도 연봉이 9배 가까이 차이 난다(장전 캠퍼스 1주일에 9시간 강의 기준).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 김재경(영문) 분회장은 “교수와 학자로서의 자부심은 동일하지만 신분이 다름으로 인한 자괴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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