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차섭(사학 교수)

  “생활의 달인”은 특히 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다. 매주 방영되는 달인의 기술은 정말로 다기다양 그 자체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번은 그 소재를 대략적으로라도 분류해보려고 한 적이 있다. 만들기, 포장하기, 옮기기·나르기, 씻기, ··· 하지만 금방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할머니들의 “밤까기”는 어디에 속하나? “치킨에 간장 바르기”는 만들기에 속하나, 아니면 “바르기”를 또 신설해야 하나? 심지어 수도꼭지 부품을 한꺼번에 뽑는 “목용용품의 달인”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어디에 속할까? 이런 예를 들자면 끝도 없다. 재미삼아 해본 것이지만 나는 곧 이런 식의 분류가 참 어쭙잖은 짓임을 깨달았다. 생활을 분류하려 들다니! 달인들의 놀라운 기술은 분류하기에는 너무 생동적이다. 단지 발견할 뿐. 그것도 경이로움으로. 그래서 나에게 달인의 발견은 곧 “생활의 발견”이었다. 아하, 생활이란 게, 우리의 삶이란 게, 저토록 다양하고 오묘하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생활의 달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한 가지 일에 보통 10년에서 많게는 수십 년을 매달려왔다는 것이다. 오랜 정진의 결과가 보는 사람에게 놀라움을 주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또한 그 일에 열정적이다. 같은 일터에서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서도 어떤 사람은 달인이 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게 되지 못한다. 더 경이로운 것은 그들의 열정이 반드시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이었거나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일이기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인들은 주위의 동료와는 분명히 차별되는 그들만의 열정으로 어느덧 최고가 된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성실함은 또 다른 브랜드이다. 그들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일에 몰두한다. 정확성은 이러한 집중력의 직접적 결과물이다. 그들은 대개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거나 서비스하는 일에 종사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없으면 좋은 물건도 서비스도 나올 수가 없다. 자장면을 주문받은 곳에 정확히 배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자장면 배달의 달인”이 되겠는가. 오랜 경력, 뜨거운 열정, 고도의 집중력과 정확성, 이 모든 것의 종합판은 “일하는 재미”다. 그들을 즐겁게 일한다. 비약 같기도 하지만, 이들은 마르크스가 갈파한 자본주의적 “소외”까지도 감히 무시하려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게다가 일하고 남는 시간에 동료를 도와주는 여유까지 선물한다.


  나는 “생활의 달인”들의 경이로운 재주와 열정과 성실함을 보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나는 과연 그렇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도 생활의 달인처럼 자신의 재주와 열정을 다 쏟아 부을 수 있는 길을 찾으라고 충고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 달인이 되자고. 좋은 학교 가기 위한 “공부의 달인”이 아니라 스스로의 즐거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생활의 달인”이 되자고.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