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효원인 여러분! 남극세종과학기지(이하 세종기지)에서 24차 월동연구대로 근무하고 있는 전자통신대원입니다. 졸업하고 나서도 언제나 모교를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도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재미있는 남극이야기 많이 들려 드릴게요!


남극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긴장과 설렘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던 출국 당시를 생각하면 왠지 뿌듯해집니다. 무사히 잘 도착했고 남극의 신비를 만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탕이 너무 심한가요?!


세종기지는 남극대륙의 서쪽 끝(S62∘13', W58∘47')에 위치하고 있고, 한국과는 무려 1만 7240km가 떨어져 있을 만큼 낯선 곳입니다. 남극에 오기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에서 쇄빙선이나 항공기를 이용하게 됩니다. 세종기지는 남미와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어 칠레를 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보통 미국이나 프랑스(11시간)를 거쳐 칠레 산티아고까지 14시간, 최남단 도시 푼타아레나스까지 다시 4시간을 이동합니다. 비행시간만 장장 하루가 넘는 긴 일정인데 비행기를 환승할 때마다 겨울-여름-겨울을 반복하게 되는 것 또한 이색적인 경험입니다. 참, 멀긴 먼가봅니다.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하면 남극행을 기다리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거리에서도 ‘남극’만 외치면 어느새 공감대가 형성되고 하나가 되는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이미 고위도 지역의 백야현상(여름)을 맛볼 수 있는데, 오전 3시면 여명이 시작돼 밤 11시가 넘어야 해가 집니다. 커튼을 치고 시차를 이겨가며 억지로 잠을 청해 보지만 남극에 간다는 설렘과 마지막 문명세계와 작별인사를 건네는 내 자신이 뒤엉켜버립니다. 1년 후에나 다시 이곳에 올 수 있겠죠.    

 
일반적으로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2~3시간 만에 도착할 거리지만 대한민국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Araon)을 타고 세종기지에 앞까지 도착하는 짜릿한 경험도 하였습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쇄빙선을 타고, 우리의 연구 장비와 월동대를 직접 수송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난 20년간 외국의 쇄빙선과 비행기를 이용해야만 했거든요.


나흘간 그 험하다는 드레이크 해협을 통과하고, 한국을 떠나온 지 10일 만에 하얀 꽃가루를 뿌려놓은 듯 아름다운 세종기지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때의 감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했습니다. 그렇게 남극에 첫 발을 딛고 공식적인 업무에 들어갔습니다. 지금도 빙하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는 하얀 파도를 등지고 먹이를 구하는 펭귄을 보면 여기가 남극임을 실감케 합니다.


남극에는 29개국 76개의 연구기지가 있고, 이중 39개는 1년 내내 운영되는 상주기지이며 나머지는 여름에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남극의 쉐프’라는 영화에 나온 일본의 돔 후지(Dome Fuji)는 현재 하계에만 필요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경우입니다. 남극점에는 미국의 아문센-스콧기지가 있고, 우리나라는 두 번째 남극기지-장보고기지(2014년)를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만년설도 녹일 화끈한 사람들이 사는 곳, 다음에는 남극에서 먹는 음식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효원인 여러분~ 봄 향기를 만끽하세요. 여기는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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