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는 새로운 경험이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였다.

  처음 한두 달은 일하는 게 즐거웠다. 생각했던 것처럼 한가하기는커녕 토요일엔 2명이 함께 서야할 정도로 바빴지만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배워가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익숙해질수록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 뿌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이렇게 일해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알고 보니 내가 일하는 가게는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몇 군데나 자리 잡고 있어 단골이 많았다. 또한 국민복권 로또도 판매해 매주 토요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바빴다. 게다가 가게 안에 비치된 테이블 역시 깨끗할 날이 없었다. 대체 왜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는데 뱀 허물 벗듯 먹은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몸만 빠져나가는 걸까. 치우자마자 더러워지니 나중엔 청소할 의욕도 사라졌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일들이 점차 짜증스러워졌고 학기 중에는 주말에조차 쉴 수 없으니 무척이나 피곤했다. 아르바이트 하기 전날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 달을 마지막으로 그만두게 됐다.

  분명 처음엔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고 일하면서도 즐거웠다. 그러던 것이 짜증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나를 둘러싼 환경은 처음과 다를 게 없었으나 변한 것은 그 환경에 대한 나의 태도였다.

  새 학기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작과 함께 큰마음 먹고 세운 여러 가지 계획들도 처음의 설렘이 사라지고 나면 흐지부지해지기 십상이다. 처음의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다면 새롭게 시작되는 한 학기가 끝나는 순간, 뿌듯한 마음으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새 책을 펼치면서 했던 다짐과 새 노트를 펼치면서 설레었던 마음들을 깜박 잊게 될 지라도…. ‘아차’하며 처음 시작했을 때 그 설레는 마음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면 처음 세웠던 목표에 어느 순간 도달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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