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는 북극곰, 남극에는 펭귄. 이처럼 지구의 양극을 대표하는 동물이 또 있을까요? 빙하를 배경으로 하얀 눈 위에 서있는 팽귄은 귀여우면서도 늠름하기까지 합니다. 그만큼 남극에서 보는 펭귄은 월동대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실로 펭귄은 남극의 신사답게 얼음 위를 잘도 걸어 다닙니다. 양 날개로 어설프게 균형을 잡고 뒤뚱뒤뚱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해줄 정도로 에너지를 샘솟게 합니다. 배를 깔고 미끄럼을 타는 펭귄의 모습은 마치 서커스 공연을 보는 듯 신기하고, 앙증맞은 소리를 지르며 대원들을 맞이하는 모습조차 구수한 고향의 노래를 부르는 듯합니다.


  성격이 거칠어 싸우거나 다투는 일이 잦다고 알려진 턱끈펭귄조차 예쁜 춤을 추는 것 같고, 호기심 많은 아델리펭귄은 대원들의 마음을 여는 소중한 친구가 되어줍니다. 아무리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기꺼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먹이를 잡아내는 모습을 보면 ‘이 곳이 정말 남극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종기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펭귄의 집단 서식지, 일명 펭귄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에 이르게 됩니다. 지금은 국제협약에 따라 남극특별보호구역 NO.171으로 지정되어 해당국의 사전 허가와 특별 교육을 받은 사람에 한해 출입이 허락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펭귄은 턱끈펭귄(Pygoscelis Antarctica)과 젠투펭귄(Pygoscelis Papua)인데 여기 서식하고 있는 턱끈펭귄의 개체 수가 무려 2,900쌍, 젠투펭귄도 1,700쌍에 이른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수입니다. 이들은 보통 남극의 여름이 시작되는 11월 산란을 시작해 이듬해 3~4월 경 번식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 펭귄은 현재 18종류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범위는 몹시 추운 남극대륙에서 적도 바로 아래의 열대지방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펭귄이라고 하면 곧잘 남극을 떠올렸는데 남극에만 번식지를 갖고 있는 것은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 두 종류뿐이라고 하니 다소 신기합니다.


  펭귄은 바다의 ‘새’입니다. 약 9,000종류의 조류 가운데서 물 속 생활에 가장 잘 적응한 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류는 해마다 온몸의 깃털이 모두 빠지고 새로 나는데, 몇 달에 걸쳐 천천히 털갈이를 하는 새도 있지만 펭귄 같이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하는 새도 있습니다. 이렇게 서둘러 털갈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펭귄에게 깃털은 몸의 표면을 빠짐없이 덮어서 차가운 바닷물이 직접 살갗에 닿지 않게 해주는 일종의 잠수복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털갈이를 하는 동안에는 바다에 나가 먹이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배고픔을 참고 서둘러 털갈이를 마칩니다.


  아기 펭귄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부모펭귄도 털갈이를 위해 먹이를 주지 않게 되는데 배고픔을 이겨내고 털갈이를 마친 새끼들은 앞 다투어 바다에 들어가곤 합니다. 지금 세종기지에는 이제 막 털갈이를 마친 ‘신사’들이 바다를 누비며 맛있는 사냥감을 찾기 위해 여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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