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향신문에 게재된 “뭐 지잡대라고? 그래 ‘지잡생’ 할 말 있다”라는 기사가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논란이 된 ‘지잡대’라는 단어는 ‘지방의 잡다한 대학’을 줄인 말로 은연중에 서울·경기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무시하는 어투가 배어있다. 이에 자유게시판에서는 “우리학교가 왜 ‘지잡대’라고 불려야 하는 가”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그러나 우리학교가 지잡대인지 아닌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지잡대’라는 단어 이면에 짙게 밴 서울중심주의가 더 큰 문제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 속에는 뛰어난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는 선입견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이는 속칭 ‘in서울’을 목표로 공부하는 고등학생과 이런 아이들을 위해 사교육비를 아끼지 않는 학부모들의 모습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매년 2월 대학입시가 끝날 때 쯤 고등학교 앞을 지나가면 ‘서울대 oo명, 고려대 oo명…’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현수막에 자랑스럽게 이름을 올린 학교 중 대부분은 수도권 소재 대학들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 547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지방대의 기준은 무엇이라 생각하나?’를 조사한 결과 72%가 ‘서울·경기도를 벗어나면 지방대’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렇듯 ‘서울’은 대한민국에서 수도 이상의 비중을 지닌 도시다.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모든 기준은 서울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아침 오전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도로 교통정보 방송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방송을 들으며 ‘여긴 부산인데 왜 서울의 교통정보를 들어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 누구나 한 번 쯤 느껴봤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도시는 서울 밖에 없나. 부산 사람들이 서울의 교통 정보까지 꿰어 차고 있어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이런 문제는 프로야구 개막으로 한창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야구 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대한야구협회(KBA)는 고교야구 전국대회 중 지방에서 개최되는 대회를 모두 폐지했다. 애초에 모든 전국대회를 폐지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에서 개최하는 전국대회는 예외였다. 이로 인해 1949년부터 62년 동안 부산에서 치러졌던 화랑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렇듯 ‘지잡대 ’논쟁을 필두로 하는 서울중심주의는 비단 교육계에서만 일어나는 작은 현상이 아니다. 전 사회에 걸쳐 일어나며 서울과 지방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커다란 문제다. 또한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지방’이라는 단어에도 문제가 있다. 지방은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을 일컫는 말로 적지 않은 편견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지역’이라는 단어는 전체 사회를 어떤 특징으로 나눈 일정한 공간 영역을 의미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도 ‘서울 지역’, ‘수도권 지역’으로 불리곤 한다. 따라서 ‘지방’이 아닌 ‘지역’으로 나눠야하지 않을까. 사소한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작은 단어 하나가 사람들의 인식을 좌우하기도 한다. 따라서 “왜 우리가 지잡대라 불려야 하냐”를 논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서울우월주의를 먼저 타파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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