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토목공학과는 교내를 돌며 길놀이를 하는 내내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행진을 따라다니던 필자는 노래 가사 중에 토목공학과를 ‘대지의 왕자’라고 칭하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러나 교내를 돌며 소리 높여 스스로를 ‘대지의 왕자’로 칭하던 그들에게서 왕자의 기품, 신사로서의 매너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검은 야구잠바에 군복바지, 청테이프로 감긴 각목, 각목을 딸그락거리며 열을 맞춰 걷는 그들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학내를 돌아다닌 것일까. 비단 위협적인 겉모습만이 문제가 된 건 아니다. 길놀이 취지에 대해 “함께 길놀이를 즐기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싫다는 여학생을 들쳐 메고 끌고 가는 것과 강의 중인 교실에 들어와 학생을 데리고 나가는 것 중 어디에서도 함께 길놀이를 ‘즐긴다’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토목공학과 길놀이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우리학교의 악습이다. 그리고 악습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매년 반복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매년 반복되는 악순환의 가장 큰 원인은 ‘입에 발린 사과’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취재원은 “사과를 했지만 진심을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토목공학과 관계자와 통화를 했을 때 필자는 ‘진심을 느낄 수 없었다’는 말에 동감했다. 그는 “과거에는 중도에서 길놀이를 했는데 모두가 어울려 술을 마셨다”며 “미국 명문대에서는 축제 때 이보다 더한 축제도 많다”고 말했다. 토목공학과 학생들에게 길놀이에 대해 물어보면 항상 “전통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대답이 나왔다. ‘전통을 지켰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한 면책사유는 안 된다. 1년에 한 번 뿐이니 이해해달라고 말을 하지만 매년마다 한 차례 문제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단지 이해로만 끝낼 수 있는 문제의 수준은 넘었다.

  이번 취재에서 가장 필자를 의아해하게 만들었던 것은 토목공학과 측의 언행불일치였다. 토목공학과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항의가 들어오면 사과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학과에서 사과를 요구하며 소동을 벌인 학생들을 보내 사과하라고 요구했을 때 해당 학과에서는 “출범식 행사로 인해 그럴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학내 반발과 소동을 벌인 학생 소환이 계속되자 “일단 회장을 보내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당일인 목요일을 넘기고 금요일이 지날 때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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