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매일 저녁 퇴근전쟁과 입시전쟁을 치르고 있다. 저녁 6시, 일과를 마친 직장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부산스런 움직임에 지하철은 미어터진다. 같은 시각 다른 장소,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마친 학생들 역시 부산스런 움직임을 보이지만 그들은 집이 아닌 학원으로 향하고 남겨진 학생들은 책상 대열에 맞춰 앉아 책을 펴든다. ‘오늘 하루도 다시 시작되는구나’ 하는 무기력함이 얼굴에 가득 찬다.


  입시의 문에 들어선 고3 학생들은 여러 고민을 안고 산다. ㄱ(덕문여고 3)양은 "내신, 수능, 논술을 다 신경 쓰고 있다"며 "하나만 집중해서 하고 싶지만 그러려니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전했다. 진로 때문에 고민 중이라는 조수진(대덕여고 3)양은 “하고 싶은 것이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아서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회조사 등을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 고3의 특징’에 따르면 2009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4분간이고, 하루 평균 11시간 3분 동안 공부했다. 성적별 상위 10% 이내의 고3 학생은 69.2%가 사교육을 받았으며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한 55% 중 41.1%가 학업부담 때문인 걸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3의 78.3%가 학교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69.1%가 공부 때문에 고민하고 84.2%가 학업성적과 진로 때문에 부모와 갈등을 겪은 적이 있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과거 우리나라가 좁은 영토와 부족한 자원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방법은 인재를 키우는 일이었다. ‘인적 자원’에 대한 열망이 국민들의 근면성과 결부돼 경제성장을 이끌어냈고 소위 잘 사는 나라 축에 끼게 됐다. 상급학교 진학을 통해 경제적 지위 상승과 신분상승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물질만능주의·향락주의 풍토는 결국 10대들이 지나친 ‘경쟁’ 속에서 교육을 받게 만들었다.


  교육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한 우리학교 주철안(교육) 교수는 “경쟁은 교육에 있어 필요한 요소이지만 도가 넘은 경쟁의식은 남보다 더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을 자리 잡게 해 사교육에 대한 투자가 지나치게 만들었다”며 “상급학교로 진학해 좋은 직장을 구한 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획일적인 가치관이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등만이 최고’라는 생각 아래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업이 아니라 OMR 카드 정답 20%의 굴레에 걸리도록 훈련을 시킨다. 이 훈련에서 각 개인마다의 흥미·적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시험 위주의 교육을 행한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주철안 교수는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서의 경쟁은 값진 것”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치관을 길러 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독일이 경계하는 한국의 무한경쟁교육
  이미 경쟁지상주의 교육을 해본 후 그 결과를 뼈저리게 경험한 독일은 사고의 깊이와 인성이 고양된 지식을 키우는 교육을 하고 있다. 독일은 학생들에게 주체적으로 인생을 펼칠 수 있는 방법,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점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다. 단순 암기식의 오지선다형이나 단답형 평가가 없으며 암기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것을 자기 사고 속에 녹여 올바른 가치관을 잘 나타내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는다.


  교육학 서적 <독일 교육 이야기> 저자인 박성숙 작가는 “독일이 가장 경계하는 교육은 한국의 무한경쟁교육”이라며 “경쟁을 중시해 인성을 등한시하며 사고의 깊이를 길러주기보다 단편적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적인 삶과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교육의 지적 능력 개발에만 치중하는 나머지 교육의 감성적·사회적·도덕적 측면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박성숙 작가는 “우리나라 교육은 경쟁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모든 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 문제가 해결되면 교육문제는 최소화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