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 방사능 유출 참사로 인해 전세계가 놀랐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기에 더욱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놀랐던 것은 가깝고도 ‘먼’ 일본을 위해 두 팔 걷고 도와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회로 열린 961번째 수요시위에는 평소와 달리 조용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구호 대신 일본 도호쿠 대지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묵념이 진행됐던 것이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밉지 않다. 진심으로 일본 지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는 한 위안부 할머니의 말씀이 그 날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화계, 정계, 재계, 산업계, 연예계 등 각종 분야에서 일본 대재앙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기부 행렬을 이루고 있다.


  그동안 한국인들 마음 속에는 여전히 반일감정이 내재돼 있었다. 일본 정부가 과거 일제 치하의 뼈아픈 역사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와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하지 않은 채 역사 왜곡 교과서와 독도 영토 문제가 붉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운’일본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와주려는 한국인들을 보면 ‘인류애’라는 거대한 가치 앞에서는 그 감정이 한낱 모래알갱이에 불과한 것 같다. 이 인류애는 폐허 속에서도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준 일본인들에게서도 발견됐다.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다 같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막부시대의 경험이나 여러 번의 지진 경험을 통해 알았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 대학생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일본의 어느 대학생들과 누리꾼들이 지진 대피요령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는 지진 발생 시 대처방법과 정보를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29개 언어로 번역돼 있다.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본 국내가 혼돈의 상황일텐데도 ‘인류에게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조금이라도 적으면 좋겠다’는 이 마음에서 인류애를 엿볼 수 있다.


  국가 위기 상황이나 혼란한 사회에서 인류를 위해 대학생들의 역할과 지혜가 발현되는 예는 많다. 4·19혁명,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등은 국내 정치 문제이기는 하지만 넓은 범주로 보면 인류의 행복을 위한 수많은 걸음 중의 하나이다. 이 맥락에서 보면 현재 우리나라, 더 나아가 전 지구 역시 위기에 처해 있다. 불평등한 무역구조, 양극화된 사회경제구조, 개인화 된 의식 등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 볼 수 없다. 이런 사회 속에서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취업이나 자신의 앞날만을 위해 주위는 돌아보지 않는 대학생들이 대다수이며 기성세대들도 개인의 앞날 걱정을 하지 않고 타인을 위해 활동하는 대학생들을 한심한 듯 바라본다.


  일본 지진 참사에 보여줬던 인류애는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내재돼 있는 ‘측은지심’과 ‘공동의 선을 향한 마음’이 곧 너와 나, 인류를 위한 애정이다. 빈부격차가 크고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편승하지 말고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주위를 둘러보고 뒤도 돌아봐야 한다.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 나간다면 이번에 발생한 대지진만큼의 대재앙이 사회적으로 발생할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