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에게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이가 있다.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당당하게 통과하고 인권보호 활동까지 하고 있는 진정한 엄친아(?) 임채호(법학 4) 씨를 만났다. 처음 만난 그는 “우리 주위에는 범죄, 특히 살인사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라며 “만약 갑자기 범죄피해를 당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역으로 질문하며 말문을 열었다. 현재 채호 씨는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지켜주는 일을 하는 사단법인 부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 ‘햇살’에서 활동 중이다.


  봉사활동은 생각도 하지 않은 평범한 법학도였던 그가 어떻게 피해자 인권보호 활동을 시작하게 됐을까. 채호 씨는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하니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될지 막연하기만 했어요”며 “우연히 들었던 ‘햇살’ 사무국장의 특강을 계기로 2005년부터 시작했죠”라고 답한다.


  그는 인권보호 활동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다. 실제로 범죄가 일어난 뒤 형사재판이 있더라도 범죄자를 벌하는 것이 다일 뿐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잘 없는 편이다. 또한 법정에서도 피해자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참여를 해도 증인으로밖에 참석을 할 수 없어 재판의 진행 상황조차 잘 모르는 일도 생긴다고. 결국 범죄피해자는 거의 모든 부분을 스스로 다 해결해야 한다. 이런 어려운 현실에 놓인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법학도인 채호 씨는 법정 모니터링을 하는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이 활동 중 가장 어려운 일로 범죄현장 정리를 꼽은 그는 “집 안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사방에 피가 흩뿌려져 말라있기 때문에 피해자와 가족들이 직접 현장을 정리하기 어렵죠”라며 “그 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는 우리 역시도 피가 가득한 현장을 정리하는 게 심리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에요”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이렇게 공부와 인권보호 활동을 병행하는 열정적인 그도 과거에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동안 이 활동을 잠깐 접어야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스스로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했던 그 때가 아직도 늘 마음속에 앙금으로 남아 이 일을 하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죠”라고 말한다.


  사실 보통 법대생들은 다른 곳까지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인권보호 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은 이상 이도저도 못하기 때문이다. 채호 씨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법률 공부만 하다가 직접 활동을 해보니 이 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죠”라며 “힘들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마음은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되요”라고 전한다. 간혹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 그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는 이 일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자신이 법을 공부하는 진정한 의미를 찾는데 도움이 됐다고 추천한다.


  미래의 법관을 꿈꾸는 그에게 인권보호 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이 일을 하면서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늘 다행스럽고 난 행복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해요”라며 “이후에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이 일은 제 인생의 한 부분이 됐고 앞으로도 똑같지 않을까요?”라고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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