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남극의 일출은 하나님이 짠 비단을 보는 듯 아름다웠습니다. 이곳의 구름은 수증기를 머금은 한국과 달리 작은 얼음 결정으로 구성돼 있어 새벽이나 황혼에 무척 예쁜 빛을 만들어 냅니다. 더구나 남극의 공기는 너무도 깨끗해 날씨가 맑은 날에는 120km나 떨어진 섬들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부산에서 대구쯤에 있는 섬이 보인다고 생각하니 언 듯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아름답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남극은 여러 대륙에서 멀고 혹독한 자연환경이라 지구상에서 가장 오염되지 않은 채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연평균 강수량이 사하라 사막보다도 적어 자연계의 물질순환이 아주 느립니다. 이런 자연환경은 대기과학·기상학·지질학·지구물리학·생물학 등 모든 과학 분야에서 독특한 천연실험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인류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남극은 다시 한 번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언젠가 동일본 대지진의 명확한 원인을 남극에서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학적인 측면 외에도 크릴로 대표되는 수산자원을 비롯한 석유, 천연가스, 금속광물 같은 물질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남극 대륙횡단산맥에서 석탄층이 발견됐고 웨들해와 로스해 등에서는 막대한 석유가 있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까지 남극에 자국의 영유권을 선언한 나라만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 칠레, 아르헨티나 등 7개국에 이릅니다. 특히 몇몇 나라가 주장하는 지역은 서로 겹치기 때문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오히려 영유권 유보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남극의 연구 활동과 국제적 기여도 측면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두 나라가 말하지 않는 대신 누구도 말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1908년 영국이 남극에 대한 영유권 주장하면서 시작된 분쟁은 1954년 당시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남극에 대한 어떤 영유권도 주장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남극조약을 제안했고, 관련 국가들의 동의를 이끌어 냄으로서 일종의 공동관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6년 세계에서 33번째로 남극조약에 가입했고, 1988년 세종기지를 건립, 1989년 남극조약 협의당사국(ATCP) 지위를 획득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남극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전 지구적인 에너지 고갈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남극에 묻힌 석유만 해도 전 인류가 100년 이상 사용하고도 남을 양이 예상되는 만큼 꾸준히 영유권을 주장하고 과학적 연구 성과를 많이 내는 국가가 아무래도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까닭입니다. 

 
남극조약 당사자국들은 소모적인 충돌을 한시적으로 막기 위해 1998년 남극환경의정서를 발표하고 2048년까지 50년간 남극 자원개발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언제까지고 국제정세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에 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세종기지가 존재했고, 쇄빙연구선 아라온 호를 건조하였으며, 장보고기지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