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용되었을 때 최상의 만족을 느낀다”  -벤자민 프랭크린

  우리학교 비정규교수 70명이 2학기 개강 1주일을 남겨놓고 강제해고 됐다.
 

  개강 1주일여 전까지 아무런 통보도 없었던 비정규교수들 중 일부는 이미 강의계획서를 제출하고 수강신청까지 마친 상태였다. 우리학교에서 수업할 것 같아 다른 학교 강의 요청을 거부한 이도 있다. 해고된 비정규교수의 강의는 다른 교수에게 넘겨진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의지로 2학기 수업 시간표를 짜고 ‘수강신청 전쟁’까지 치뤘던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부당한 것은 학교가 비정규직 보호법 적용의 명확한 근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무작정 해고 조치를 취한 것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2년 연속 비정규직을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
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반면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석사급 비정규교수의 경우 주당 3~6시간을 강의하고 있어 보호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다만 2003년 서울고등법원이 시간강사 퇴직금 소송에서 대학 강의 1시간을 강의 준비 등을 포함해 3시간 노동에 준하는 것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기준을 비정규보호법에 적용 가능한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은 법 적용 대상인지 여부에는 논란이 있어도 나중에 문제가 될까봐 일단 해고 하고 보자는 것이다.


  국가적 경제위기 때문에 필요악으로 대량 양산됐던 비정규직. 그에 따른 심각한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 ‘비정규직 보호법’이다. 참여정부시절 노동부는 이 방침대로 공기업과 공공기관 비정규직 21만명중 8만명을 정규직화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나머지 13만명에 대해 해고할 수 밖에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일방적 고용해고는 해고당한 한 사람의 앞날을 예고 없이 빼앗아 간다. 나아가 그와 관계된 식구의 생계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가장 잔인한 행위이다. 이러한 해결방법을 ‘국민을 섬기겠다’는 현 정부가 가장 앞장서고 있다. 한국노총이 7월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토지공사ㆍ주택공사 등 산하 73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중 217명이 6월30일부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법의 혜택을 본 희망찬 사례도 있다. 산업인력공단과 국립관리공단 노조의 정규직 들은 비정규직이 해고 위기에 놓이자 회사와 협상에 나서 무기 계약직 전환을 이끌어 냈다. 국립관리 공단은 더 나아가 전환된 계약직 179명을 노조원으로 가입시키기도 했다. 우리학교에도 비정규교수 노조가 존재한다. 대량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단결하고 투쟁할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보태어 새로운 희망의 증거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힘없는 자들의 생존권을 무차별 박탈하는 무단 해고를 철회해야 한다. 부당해고를 막고 여력이 되지 않는 곳을 지원해서 비정규 보호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국ㆍ공립 대학 최초로 비정규 교수 대량해고 사태를 일으킨 우리학교는 현 정부의 맘에 드는 행동을 앞장서서 하는 것 같다. 진리?자유?봉사의 교육이념 실행을 위해서는 약자의 편에 서서 행동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결말은 우리학교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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