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망양(多岐亡羊):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뜻으로, 두루 섭렵하기만 하고 전공하는 바가 없어 끝내 성취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 16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가 대전 대덕지구로 확정됐다. 기능지구는 청원(오송ㆍ오창), 연기(세종시)로 발표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은 대덕단지 내 신동ㆍ둔곡지구에 위치할 예정이지만 과학벨트 후보지였던 대구, 광주, 부산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과학벨트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은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전으로 입지가 결정된 것”이라며 “입지 선정과정 또한 공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벨트 호남권 유치위원회 소속 위원인 노도영(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 교수는 “지반 안정성과 부지확보 용이성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번 입지 평가는 이를 하지 않거나 비중을 낮게 설정했다”며 “과학 연구 기반 평가에 중점을 두니 당연히 대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북ㆍ대구ㆍ울산 과학벨트 범시도민 유치본부 관계자는 “대전으로 입지가 선정된 것은 곧 수도권 중심으로 발전을 지속하겠다는 정부의 뜻”이라며 “정치적인 논리로 과학벨트 입지 선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대전시청 과학기술특화추진산업본부 관계자는 “대덕지구와 카이스트 등 연구 기반이 확실히 갖춰진 대전은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적합하다”며 “기초과학계와 실용과학계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두고 과학계와 정치계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정치학회 오정엽 연구위원은 “과학벨트는 과학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정치적인 논리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과학벨트 프로젝트는 국가 백년대계라고 할 만큼 중요한 사업으로 꼽힌다. 과학계 인사들은 과학벨트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지역의 발전이 아닌 모두가 국가 발전을 위해 접근해야 할 문제다. 국책 사업에 ‘다기망양’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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