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는 온통 ‘오디션 신드롬’이다. 다음 달에는 오디션ㆍ서바이벌 형식을 띈 프로그램이 10여개가 넘게 방송될 예정이다. 가수나 아나운서부터 성형, 결혼까지도 오디션 형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오디션 열풍의 핵심에는 감동과 공정한 경쟁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들은 평범한 젊은이들의 열악한 성장환경과 진정성 있는 노력, 열정 등을 예능을 통해 보면서 더욱 감동받고 그들을 응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기회와 평가 기준이 공정하지 못한 현실과 달리 모든 이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공정한 기준을 통해 경쟁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오디션ㆍ서바이벌 프로그램 형식 속에 숨겨져 있는 ‘경쟁이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는 명제는 신자유주의의 원리이며 수많은 사회적 문제나 삶의 불안감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잔인한 경쟁 방식과 높은 시청률만을 쫓아 현실을 왜곡하는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문강형준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이런 삶의 불안을 엔터테인먼트라는 형식을 통해 ‘필연적이고 가치 있는 일’로 둔갑시킨 결과 경쟁지상주의가 상식이 됐다”며 “그것은 또 실제 삶 속의 모순을 정당화하고 모든 책임을 개인의 ‘실력’으로 돌리도록 작용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참여하는 주요 소비계층이 대학생이나 그 또래의 젊은이라는 점도 눈여겨 봐야한다. 취업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그들의 모습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성격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더욱 몰입한다. 평소 오디션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김효영(고고 4) 씨는 “마치 내가 참가자가 된 것 같아 더 긴장되고 재밌다”고 말했다. 이주희(이화여대 사회) 교수는 “현실의 ‘취업전쟁’에서도 명목상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좌절한다”며 “이런 현실과 오디션 프로그램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문강형준 평론가는 “오늘날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을 비판적으로 성찰해야하는 언론의 책무는 버려둔 채 이 ‘슬픈’ 사회적 상황을 시청률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며 “88만원 세대로 불리며 힘들게 공부하는 대학생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성공에 관한 신화를 뻥튀기하며 방송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보지 않고 너무 몰입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TV를 통해 보는 성공 과정은 굉장한 행운이 따라야하는 일종의 로또이기 때문에 사회의 전면적인 현실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며 “부러워하거나 더 나아가 자괴감이나 무력감을 느끼기보다 거리감을 두고서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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