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국립’ 부산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국립대학교 설치법’에 의거한 국립대학교(이하 국립대)다. 그것도 한강 이남에서 최고라 불리는. 이러한 우리학교 구성원들에게 원초적인 질문 하나 하고 싶다. 우리가 다니고 있는, 혹은 근무하는 부산대학교를 과연 진정한 국립대라 일컬을 수 있을까. 글쎄…. 힘주어 국립대라 말하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국립대는 중앙정부가 설립 및 운영주체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정부의 예산보조를 받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부의 영향권 아래에 놓여있다. 이들은 학문의 균형발전을 위한 기초·보고 학문분야 육성을 목표로 한다. 더불어 지역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며 가계 상황이 좋지 않은 학생들도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즉 많은 사람들이 질 좋은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그렇다면 국립대는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글쎄다. 국립대는 국가의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국립대의 재정이 국가 지원으로 구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다수 OECD 국가 대학들은 평균 77%의 재정을 정부가 지원한다(2005년 기준). 그리스는 약 96.7%를 국가가 부담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 75.7%를 민간재원으로 충당한다. 국가가 부담하는 비율은 25%에 못 미친다. 우리나라와 GDP순위가 비슷한 국가와 비교해도 한참 뒤처진다.


  기성회비도 마찬가지다. 현재 부산대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립대는 기성회비를 의무적으로 거두고 있고 우리는 당연하다 생각하며 납부한다. 그러나 기성회비 납부는 ‘당연히 납부해야하는 사항’이 아니다. 당초 기성회비는 ‘학부모들의 자발적 기부금’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과학대학을 기준으로 한 학기 등록금은 수업료 약 40만 원, 기성회비 약 148만 원으로 구성돼 있다. 기부금이었던 기성회비는 의무적인 비용으로 둔갑해버렸다. 그것도 수업료보다 약 3.5배나 비싸다. 비싼 기성회비는 가계상황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인문학과 공학에 지원되는 금액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올해 한국연구재단은 전체 연구비로 약 3조 원 정도를 지원한다. 그 중 인문한국(HK)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404억 원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공학계열에 지원된다. 교육부가 올 하반기 인문계열에 추가로 729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공학계열에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서는 훨씬 부족하다. 전반적인 지원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립대 인문계열에 지원되는 예산도 불 보듯 뻔하다. 이는 학문의 균형발전을 위한다는 고등교육의 목표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학교의 지원도 대부분 취업률이 높은 상경계열과 공학계열에 집중돼있다.


  모름지기 모든 단체는 그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나라 국립대는 이를 잊고 표류하고 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상당수 거점국립대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잊은 채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립대의 역할을 아예 버리겠다는 것인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부산대학교는 국립대다. 그러니까 국립대의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그리고 법인화를 추진하기 전에 정부에 재정지원을 더 해달라고 목청 높이길 바란다. 그대들이 진정한 국립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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