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정운용 대표

1984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한 이후 80년대 후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부산 노숙인 진료소 대표도 겸임해 노숙인들을 돌보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무엇을 하는 단체인가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는 민주화 항쟁이 한창이던 1987년, 군부독재정권에 대항하고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의사들이 만든 단체에요. 우리 사회가 점차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창립된 인의협은 보건의료단체로서 노동자 건강 문제, 정부의 의료보건정책, 여러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어요.

 

군부독재 시절인 80년대 말, 당시 한국사회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세상이 되지 못했고 노동자가 일을 하다 사망해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죠. 한마디로 대단히 비인도주의적인 사회였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이 나서서 노동자 권익 향상을 포함해 소외당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어요.

 

 

 

인의협에 가입한 계기는 무엇이며 주로 어떠한 활동을 하셨나요?

대학생 때부터 의료봉사를 하거나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했는데 그 당시에도 ‘다음에 의사가 된다면 꼭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인의협에 가입한 거죠.

 

과거에는 산업재해나 직업병을 당하면 그것을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어요. 의사들도 노동자의 건강을 정확히 진단해 그들이 치료와 보상을 받고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기보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경우까지 있었죠. 저는 환자들과 지속적으로 상담하면서 의사로서 의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피해자들이 산재직업병을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노동자의 건강문제와 함께 의료 민영화 반대, 무상의료 도입을 위한 활동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의사가 되기 전부터, 대한민국 사회는 누군가가 아플 때 돈이 없어도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러한 사회가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는 그렇지 않아요.

최근 몇 년 간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의료체계를 새롭게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대기업과 이명박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통해 건강보험료 재정 악화를 막고 국민들에게 더 나은 의료보험혜택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즉, 정부와 대기업은 의료를 통해 돈을 벌 수 있게 하자고 하며 돈으로 건강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해요.

의료를 행하는 많은 사람이 개인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건강은 국민의 기본권리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하고 의료보건정책도 의료 민영화가 아닌 무상의료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는 25일, 부산지역에서 보건의료단체와 야 4당, 시민사회단체가 ‘건강보험보장성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보건의료의 새 기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와 연관된 것이죠. 의료 민영화와 무상 의료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거에요.

 

 

 

인의협은 우리나라 보건의료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의사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면 국민들의 건강이 더 높은 수준에서 보장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죠. 의사들도 노동시간이 대단히 길어지고 있고, 의사이기 때문에 받는 직업상 스트레스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의사와 국민 모두에게 좋지 않아요. 이러한 문제가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가 건강을 지키는 것보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있기 때문이에요. 의료가 돈벌이 수단이 아닌, 당연히 이뤄져야 할 사회적인 공공 서비스라면 이에 맞게 모든 문제가 점차 바뀌어야 할 것이에요. 지금보다 더욱더 공공적인 성격이 많아져야 할 것이고, 의료분야에서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부문도 공공병원이나 보건소와 같은 공공의료시설로 전환돼야 해요.

 

의료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병원에서 낭비적인 진료가 불가피해요. 병원에 한번 방문해도 되는데 두 번, 세 번 오게 할 수 있는 거죠. 그것이 개선되려면 의사들 생각도 바뀌어야 하겠지만, 공공병원 비율도 높아져야 해요. 현재도 이미 병상은 차고 넘치기 때문에 새롭게 시설을 짓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공공시설의 비율이 높아져야 해요.

 

 

 

의사로서 혹은 이들로 구성된 단체로서 특징이나 차별화할 점이 있다면요?

보건의료 전문가단체이다 보니 사회에서 요청되는 사항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광우병 쇠고기가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등 학문적 혹은 의학적으로 보고해야할 내용들이 있는 것이죠.

의사가 바깥 세상에 별 관심이 없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도 않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잘 먹고 잘 살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의사들도 상당히 바빠요. 바쁜 상황에서 공부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제 생각에 사회화되는 과정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미래의 의사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문제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죠. 다른 학과들은 사회화되는 과정이 있지만 의과대학 6년 과정은 아침부터 밤까지 수업으로 가득 차 엄청난 공부양이 요구돼요. 인턴, 레지던트 수련 과정까지 마치고 나면 사실 세상을 알기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겠죠.

 

 

 

의료보건사업 이외에도 거시적인 차원에서 우리사회에 요구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보건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다루는 부분인데 건강에 있어 핵심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보건의료가 아니라 노동하는 사람들의 노동조건, 노동환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킨다고 할 때 병원에 온 환자를 상대로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은 일이죠. 실질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국민의 대다수가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힘과 권리를 얻어야 하고 이 중에서도 건강은 가장 기본이죠. 가장 기본인 건강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국민의 노동할 권리, 옳게 분배 받을 권리도 중요시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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