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똑똑하다> 리처드 오스본 저/미술가들과 미술 이론가들이 관심을 가졌던 일부 핵심적인 논의들을 간단명료하게 요약해서 소개한다.

 

  미학 책, 서양미술사, 심지어 미술 교양서적까지 미술관련 서적들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글은 ‘미술이란 무엇인가’다. <미술은 똑똑하다> 역시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미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 책은 흔하디흔한 질문에 벌써부터 지루해진 독자들의 예상을 시원하게 날려버린다. ‘쉽네. 미술은 회화, 조각 같은 것들이잖아. 왜 미술 이론이 필요해? 단지 화랑이나 미술관에서 보는 것들인데’라는 대중들이 흔히 가지는 미술개념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목이 글쓴이가 말하고 싶은 미술은 아니다.


  <미술은 똑똑하다>는 고대 그리스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미학의 역사를 짚어나간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조화’로운 미술, 플라톤의 ‘유용한’ 미술, 불교와 기독교 등 ‘종교’적인 양식의 미술 등 서양 역사 흐름을 따라 미학의 역사도 설명한다. 또한 특정한 역사적 시기나 특정한 입장만 다루는 기존의 입문서를 달리 이 책은 미술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전개됐는지와 중요한 미술 이론 변화를 소개한다.


  이렇게 이 책은 미술의 포괄적인 역사와 미학개념의 변화를 설명하는 반면 전체 페이지 수가 228쪽으로 얇다. 이는 미학 역사의 흐름과 함께 선 원근법, 아카데미즘, 사실주의 등을 통해 당시 담론화 된 미학 단어 위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당시 미학개념을 각각 설명해 기본적인 정의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앞뒤 시대상황과 연관해 당시 미학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미술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명화가 한 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이 책은 모두 저자의 재밌는 만화로 표현돼 보는 내내 독자의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기존 이론서에서 저자의 일방적인 미술이론 설명이 아니라 4컷 형식으로 이뤄진 만화 속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은 마치 저자와 대화하는 것만 같다. 서해문집 김현경 편집자는 “이 책은 유머러스하면서 해학적인 만화를 통해 어렵고 난해한 미술의 개념을 쉽게 풀려고 했다”며 “특히 현대인에게 미술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기 위해 글쓴이가 애쓴 흔적이 보이는 미술 이론서다”고 소개한다.


  명화대신 만화로 가득 찬 점은 양날의 검이다. 특히 실제 명화사진이 아닌 저자가 만화로 그린 명화들과 설명한 글들은 독자들이 후기인상파는 어떤 화풍의 그림인지, 미니멀리즘은 어떤 그림인지 알기 어렵다. 독자들이 어려운 미술 이론을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저자는 만화를 통해 이를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몇 천 년에 걸친 미술의 철학적, 미학적 내용을 얇은 한 권의 책에 담아 오히려 독자들을 버겁게 하는 것만 같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