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표현 규제하고 정확한 수치 명시해야…

  ‘무이자·무담보 대출’은 ‘미친 등록금’을 비롯한 경제적 부담으로 괴로운 20대에게 치명적인 유혹이다. 대출을 안내하는 대부업체 광고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전단지 등을 통해 20대에게 전달되고 있다. 우리학교 주변 전봇대나 게시판을 살펴보면 ‘빠르고 간편한 인터넷 대출’이나 ‘신용 등급이 낮아도 대출 가능’ 등의 문구가 인쇄된 전단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한 ‘2010년 7월 대부업체 광고 매출현황’에 따르면 케이블 방송 시청자는 하루에 최대 58차례나 대부업체 광고를 접촉한다.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사까지 포함하면 대출 광고 접촉 빈도는 더욱 증가한다. 조유나(유아교육 2)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대출 광고가 문자로 도착하고 텔레비전을 볼 때면 꼭 대출 광고를 보게 된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은 자회사인 케이블 방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부업체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MBC는 케이블 채널 4개를 통해 한 달간 하루 평균 96개의 대부업체 광고를 내보냈고 이를 통해 3억 2천만원의 광고 수입을 벌어들였다. SBS도 같은 기간 케이블 4개 채널을 통해 하루 평균 54개의 대부업체 광고를 내보냈고 5억 2천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대부업체 R사 홍보팀 관계자는 “지상파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도가 대출 상품에도 투영된다”며 “지상파 방송 광고는 전단지나 문자를 통한 광고보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 이러한 광고를 통해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이정준(수정동, 26) 씨는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 채널에서 보여주는 광고라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며 “대부업체에서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업체 광고가 범람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울한 경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금융위원회 은행과 배수진 팀장은 “등록금이 인상되거나 집세가 상승하는 것에 비해 20대의 경제 기반은 취약하다”며 “불안정하지만 비교적 쉬운 절차로 대출이 가능한 사금융에 현혹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승희 연구원은 “대학생들은 등록금, 20대 미취업자나 중소기업 직장인들은 생활비 때문에 대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체 광고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심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광고심의 기준을 적용하면 대부업체는 정확한 수치 제시 없이 ‘최저이자’, ‘최소담보’ 등의 표현을 사용해선 안 된다. 또한 이자율과 이후에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명시해야 한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텔레비전 광고 중에도 심의 기준에 미달한 광고가 보인다”며 “가장 엄격하게 심의하는 텔레비전 광고도 문제점이 보이는데 인터넷, 전단지 광고는 더욱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 광고심의소위원회 소속 박성희 위원은 “대부업체 광고에서는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해 언급하는 것도 자세히 살펴야 한다”며 “자신도 모르는 새 제품을 인식하게 하고 경제적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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