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필자는 주위사람들이 인정하는 컴퓨터광이다. 스웨덴에 있을 때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매일 6시간은 컴퓨터 앞에 붙어 있었다. 한국에 온 이유 중 하나도 e스타디움에서 직접 게임 토너먼트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고, 한국의 e스포츠 프로선수들은 스웨덴에서도 꽤 유명하다. 그러나 최초의 e스포츠 프로선수들이 스웨덴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실은 초창기에 e스포츠 주도권은 스웨덴이 지니고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우중충한 날씨, 빠른 인터넷 속도, 그리고 기술발달 덕분이었을 것이다.


  1980년대부터 많은 스웨덴 사람들이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었고 당시 인터넷 속도도 세계 최고였다. 아직까지도 스웨덴은 ‘스타크래프트2’ 같은 유명한 게임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e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종종 ‘LAN파티’를 연다. LAN파티는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술도 마시면서,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 코딩, 해킹 등을 하며 노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PC방에 많이 가지만, 스웨덴에서는 보통 자신의 컴퓨터를 친구 집에 가지고 가서 논다.


  스웨덴 옌셰핑 시는 매년 두 차례 ‘DreamHack’이라는 세계에서 제일 큰 LAN축제를 연다. 만 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에는 참가자들 모두가 자신의 컴퓨터를 가지고 와서 축제를 즐긴다. 매 축제마다 수천 대의 컴퓨터가 나란히 놓여 깜박이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지난 2007년에는 10,455대의 컴퓨터가 DreamHack 네트워크에 연결돼 기네스북 기록도 세웠다.


  지난 2001년 필자도 DreamHack에 참가했다. 당시 이 행사장의 인터넷 속도가 각 가정의 인터넷 속도보다 100~200배나 빨랐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해적판 자료를 다운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몇몇 사람들은 그들의 컴퓨터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액체질소를 가져와 컴퓨터를 식히기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컴퓨터 게임은 아이들 혹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생각됐는데,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게임을 즐기고 있다. 서울 e스타디움에 게임을 보러 가면 관중석의 앞자리는 대부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e스포츠가 큰 인기를 누린다는 뜻이므로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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