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세월이 흘러 봄이 오고, 5월이 됐다. 추억이 없는 달이 있으랴만 2년 전부터 5월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2년 전 그날, 필자는 전역을 하루 앞둔 ‘말년 병장’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을 알리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동안 멍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명확한 정치적 노선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사연과 암투에 대한 분노가 일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어제까지 뉴스에서 보던 한 사람이 갑자기 생을 달리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또한 그렇게 한 사람을 죽게 한 우리 사회의 편협함이나 부조리에 대한 혐오감도 느꼈던 것 같다.


  전역을 한 뒤 얼마 후, 노 전 대통령 추모공연 개최를 놓고 총학생회와 대학본부가 충돌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곳곳에서 욕설과 고성이 오갔고 몸싸움도 일어났다. 상황을 지켜보던 필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왜 저들이 싸워야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도 있었다.


  그리고 2년 후, 이제는 부대신문 기자로서 2주기 추모행사에 참가해 취재를 했다. 예전 같은 갈등은 없었고 슬픔과 분노의 분위기도 많이 중화된 듯 했다. 추모영상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밝은 분위기였다. 취재에 응한 시민들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 분노나 슬픔보다 큰 것 같았다. 이것이 어쩌면 노 전 대통령이 바라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 고인의 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슬픔을 딛고 웃는 것이 대통령을 위하는 것이라 믿고 서로를 위로하며 공연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필자도 텔레비전을 통해 혹은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뛰어들어 즐기며 취재했다.


  어쨌든 행사는 큰 사고 없이 막을 내렸다. 시간은 2년이 흘렀고 필자는 그동안 육군 병장에서 부대신문 기자로 직업을 바꿨다. 또한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도 그때와 지금의 삶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철학과 한 인간으로서 가졌던 꿈은 직업이나 상황에 관계없이 분명 일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좌우 이념, 빈부의 격차를 떠나서 말이다. 그렇기에 이런 추모행사가 우리학교에서 열리고, 부대신문에서 다루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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