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늉, 쩐티미린, 최연정, 김은지 씨가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곳은 덕천 지하상가다. 이제 익숙해진 얼굴들에 그들은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는다.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때문에 삼락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려던 계획이 취소돼 급하게 바뀐 일정이지만 그들은 아쉬움을 날려버린듯 즐거운 표정이다. 덕천 지하상가 내부를 걸으며 네티늉, 쩐티미린 씨보다 오히려 연정, 은지 씨가 주위 풍경에 더 신기해한다. 은지 씨는 “덕천에도 지하상가가 있는 줄 몰랐어요”라며 “넓고 깨끗해서 좋아요”라고 감탄한다. 네티늉, 쩐티미린 씨는 보다 익숙한 모습이다. 종종 덕천 지하상가에 들린다는 네티늉 씨에게 연정 씨는 “옷도 자주 구입해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네티늉 씨는 고개를 저으며 “옷은 서면이 더 예뻐서 서면에서 사요”라고 말한다. 연정 씨는 웃으며 동의한다.


  네 사람의 모습은 여느 때보다 신나있다. 모두 옷을 살펴보고 몸에 대보기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룬다. 계속 원피스를 살펴보는 네티늉 씨에게 은지 씨는 “원피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묻자 네티늉 씨는 수줍어하며 “보는 것만 좋아해요”라며 “다리가 너무 얇아 어울리지 않아요”라고 답한다. 이에 은지 씨는 “나와 반대네요”라며 부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네티늉과 쩐티미린 씨는 분명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서로에게 사용하는 베트남어나 생김새 때문에 낯선 사람들은 그들을 외국인으로 생각하고 불친절하게 대하기도 한다. 이에 연정 씨는 “한국어에 서툰 그들에게 상인 분들이 다그치는 말투를 사용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착찹한 심정을 드러낸다.


  어느 정도 쇼핑이 무르익어가자 그들의 손에 봉투가 하나 둘씩 늘어난다. 네 사람은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웠던지 네티늉 씨와 쩐티미린 씨의 주도로 지하상가 위에 있는 구포시장을 둘러보기로 한다. 네티늉 씨는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지만 내일은 장날이라 사람이 바글바글할 거에요”라며 주부의 지식을 뽐낸다. 지하상가와는 또 다른 활기에 네 사람은 즐겁게 시장을 헤치며 나아간다.


  해산물 코너에서 그들은 대야에 담긴 여러 생선과 해산물들을 본다. 은지 씨는 쩐티미린 씨에게 “베트남에도 회가 있나요?”라고 묻는다. 쩐티미린 씨는 “없어요”라며 “생선이나 해산물을 모두 익혀먹어요”라고 답한다.


  시장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흥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그들은 뒤에서 차량이 들어오자 서둘러 피한다. 앞에서 오는 오토바이를 보던 쩐티미린 씨는 “저 오토바이 탈 줄 알아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멋져요”라고 말하는 연정 씨의 말에 쩐티미린 씨는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은지 씨는 “나중에 뒤에 태워줘요”라고 부탁한다.


  사람들로 복작복작한 시장에서 나온 그들의 얼굴은 피로한 기색이 가득하다. 그러나 지친 모습에도 불구하고 네티늉 씨는 “같이 여러 가지를 구경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그만큼 시간이 부족해 아쉬워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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