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논술, 입시 내용이 대부분인 국내 청소년 잡지의 현실 속에서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순수 인문교양지 <인디고잉>과 국제판 <인디고>는 그들만의 고민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매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난 2월 불법대출 사건으로 얼룩진 부산상호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며 3, 4년간 후원을 받아온 이들 잡지에도 위기가 닥쳤다.


  지난 2006년, 인문학서점 인디고서원의 사비로 청소년이 직접 활동하고 발언할 수 있는 잡지 <인디고잉>이 창간됐다.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부산상호저축은행의 사회공헌활동의 일부로 호당 1,300만원과 2,000만원의 제작비가 드는 <인디고잉>과 <인디고>에 거의 전액을 지원받았다. 이번 해부터 후원이 중단된 후, <인디고잉>의 제작비는 인디고서원의 판매수익과 정기구독료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영문판 인문학 잡지라는 특성 때문에 정기구독자가 많지 않은 <인디고>는 제작비와 더불어 해외운송비 부담도 크기 때문에 폐간까지 고려되고 있다.


  2년마다 개최되는 ‘인디고 유스 북페어’ 행사 역시 해외 유명 인문학자들을 초청하는 등 많은 예산이 드는 글로벌 인문학 프로젝트로 부산상호저축은행의 지원을 받아왔다. ‘인디고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 윤한결(예술문화영상 09, 휴학) 팀장은 “당장 내년에 열릴 이 행사의 지원이 중단돼 부담이 크지만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 가치를 알리고 교감하는 행사의 취지는 최대한 살려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인디고서원은 사회공헌에 관심이 있는 기업과 정부 지원을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인디고서원 김미현 실장은 “아직 국내에 인문학, 청소년 분야의 사회공헌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성과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기구독자를 1,500명까지 확대하고 허아람 대표님의 인문학 콘서트 개최 등 새로운 행사를 통해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른 책방 운영자들도 <인디고잉>과 <인디고>가 처한 어려움과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책이 있는 글터 이연호 사장은 “물론 인문학 잡지의 자생력도 중요하지만 아직 우리사회가 인문학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지 못해 이러한 어려움이 생긴 것 같다”며 “시민들의 도움으로 <인디고잉>과 같은 순수 인문교양지가 살아남아 인문학이 뿌리내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인식 변화와 개인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김미현 실장은 “인문학 매체의 위기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함께 소통하던 우리사회의 중요한 통로가 점차 사라지는 일”이라며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인문학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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