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부터 1년 동안 교환학생 자격으로 공부했던 중국 길림대. 그곳에서 배워나간 중국어. 그리고 내가 느낀 중국인들의 아이러니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짧게나마 하려고 한다.
 
  먼저 이곳은 사람을 ‘중국어 광’으로 만들어 놓는 곳이다. 현재 대부분의 중국 대학들이 그렇듯, 길림대 역시 더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고 중국어를 보다 체계적으로 가르치려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제 어언학원 수업에는 실로 많은 유학생과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 가득하다.

  수업 시간은 또 얼마나 유쾌한지.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내가 잘못해도, 느릿느릿 말하거나, 버벅대도 항상 칭찬과 박수가 이어진다. 정말 잘해서 칭찬받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묻는 말에 대답이 아무리 느려도 웃는 얼굴로 기다려 주고, 숙제 노트에 틀린 글자 하나마다 일일이 교정해주고 설명해주는 그들. 이러니 공부가 즐거울 수밖에 없다.

  반면, 학교 밖으로 나가면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식당에서 일하는 꼬마부터 관공서 직원, 병원 의사까지 외국이라는 배려는 조금도 해주지 않는다. 정말이지 관대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외국인이 물으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어설픈 영어까지 써가며 도와주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내가 말을 못 알아들으면 그저 화를 낼 뿐. 못 알아들어도 내 일이 아니니 알아서 듣고 이해하라는 식. 하지만 이런 태도는 어설픈 외국인에 불과한 나를 더 분발하게 하여 주었다. ‘꼭 열심히 공부해서 중국인처럼 말할 테다’하는 목표를 시시때때로 심어준다고나 할까. 학교에서, 또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끊임없이 자극을 받으니 왜 외국어 공부는 그 나라에 가서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불친절해 보이는 중국인들이 한번 마음을 열면 그 열정과 친절에는 끝이 없다. 도움을 청하면 어디서든지 달려와 주고 자기 일인 듯 마음을 쓴다. 그러고 나서 우리 사이에 뭐가 고맙냐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허허허 웃을 때는 정말이지 만주벌판과 같은 북방인의 호탕함이 절로 느껴진다.

  그뿐인가. 나이 지긋이 드신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서는 구수함마저 느껴진다. 영하 이삼십 도를 넘나드는 추위가 찾아올 때면 감기 조심해라, 옷 따뜻하게 입어라 걱정해주시는데, 덕분에 그 매서운 한파를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이런 그들의 아이러니 덕분에 내 중국어가 일취월장한 것 같다. 그리고 마음을 열고 보여준 그들의 따뜻함 또한 잊지 못할 것 같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