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장자)>의 얘기 한 토막;
옛날 西施(서시)는 가슴앓이가 있어 항상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나 워낙 예뻤기 때문에 吳(오)나라의 왕에게 바쳐져 온간 호사를 누렸다. 맞은편 마을의 東施(동시)는 서시와 정반대인 醜女(추녀)였는데, 서시가 다른 사람과 무엇이 다른가를 연구하다가 평소에 찡그리던 서시의 모습이 생각났다. 동시는 그날부터 가슴에 손을 모으고 얼굴을 찡그리며 마을을 누볐다. 매일 이 모습을 보아야 하는 동네 사람들은 결국 멀리 이사를 갔고, 재산이 많아 떠나기 어려운 사람들은 문을 굳게 닫고 나가지를 않았다. 이로부터 ‘東施效?(효빈)’이라는 말이 나왔다. 즉 동시가 서시의 찡그리는 것을 흉내 내며 서시 행세를 한다는 뜻이다. 

學習(학습)이란 본래 모방을 의미한다. 새끼 새가 어미 새의 나는 모습을 흉내 내며 날게 되는 것과도 같다.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을 모방하며 배워 익히는 것을 학습이라 할 수 있다. 효빈은 방향을 상실한 학습의 결과다.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라 한다. 학문은 학습과 학식을 통칭하는 것인데 보통은 학습이 선행된다. 즉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실력은 내 인생의 자본이며 보람이기도 하다. 누구나 이러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한다. 그러나 때로는 대학이 무분별한 실력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검찰총장의 지위는 대체적으로 명문대학 출신 중에서도 가장 실력 있는 사람이 오를 수 있는 자리이다. 그러나 청문회에만 오르면 시끄럽다. 몇 가지씩이나 되는 범법사실이 불거진다. 대학이 방향감각을 상실한 실력자를 배출한 것이다. 이러한 실력자는 국가와 사회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첨단 장비로 무장한 학교에서 불쌍해 보일만큼이나 열공(?)을 한다. 가끔은 예전에 학생들과 막걸리를 마시던 생각도 난다. 달라진 현실에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대기업 위주로 취업준비를 하던 학생들이 요즘은 공무원과 교사 임용시험에 몰입한다. 각자의 소신보다는 눈앞의 시류나 경제적 여건에 흘러 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개인이나 정부 모두가 영어에 매진한다. 영어가 국어가 아니라면 국민 모두가 영어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리핀이나 인도가 영어를 못해서 가난한가? 자신이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를 찾아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가 필요하여 통역을 부르면 다른 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물론 내가 영어를 하는 것보다는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끼니마다 밥을 스스로 해먹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백화점 마네킹의 옷이 멋지다고 그 옷을 덥석 산다. 자신과 마네킹의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내 몸이 유행 따라 변하지 않는데 옷만 유행을 따른다. 앙드레 김이 유행이나 색깔을 몰라 흰옷만 입겠는가?

몇 달 사이에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다. 천하의 큰 꿈을 이룬 분들이지만 세상과의 하직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남이 알아주지 않는 구석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나라를 지탱하는 것은 대통령보다도 그들의 힘이다. 인생에서의 올바른 방향감각과 실력은 대학에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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