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구검(刻舟求劍): 융통성 없이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생각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


  지난 4일, 강화도 해병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주범인 김 상병은 K-2  소총을 탈취해 사건을 저질렀고 이 사건은 사망자 4명과 부상자 2명을 냈다. 이후 사고 조사단과의 문답에서 김 상병은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더 이상 구타, 왕따, 기수 열외는 없어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기수열외, 후임갈취, 성추행, 폭력 등. 이번 사건을 통해 해병대를 비롯한 폐쇄적인 군대 문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방부 국방운영개혁관 관계자는 “지난 2년간 해병대에서 총 943명이 구타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군대문화는 과도한 서열화와 짙은 폐쇄성을 기반으로 형성됐다. 한국군사학회 장월수 연구원은 “국방을 담당하는 군대에서 통제는 필요하나 우리나라는 정도를 지나치고 있다”며 “더 이상 지나친 서열화로 문제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보며 양적인 국방력 확충을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서진찬 연구원은 “우리나라 병역제도는 젊은 인재들의 기회 박탈 및 사회 단절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결국 이러한 제도는 양적인 국방력 확보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군대 개혁은 시급한 과제가 됐다. 국방부 국방개혁실 홍규덕 개혁실장은 “즉각적으로 대안을 내놓을 수는 없으나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심리학회 이경희 위원은 “형식적인 상담제도나 적응 프로그램을 늘린다면 개혁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복종을 요구하는 군대문화 자체를 뒤집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적당한 통제는 고효율로 이어지지만 과하면 심리적 폭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수습을 위해 국방부는 개혁을 내세우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보다 각주구검의 자세를 버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