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서 김인세 총장 “통합 논의”…본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 없어”

  지난 11일, 우리학교와 부경대학교(이하 부경대)는 본관 1층 제1회의실에서 ‘부산대-부경대 공동발전 선언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교수회, 총학생회(이하 총학) 등 학내 구성원은 비민주적인 절차에 크게 분노하며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본부는 공동발전 선언문이 통합 합의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처 이재만 사무관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태스크포스(이하 TF)가 꾸려져야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러나 TF가 꾸려지지 않았는데도 김인세 총장은 부산 MBC 시사포커스, KBS 부산방송총국 일요진단, BBS 부산 라디오830 등에 출연해 통합을 언급했다. 이에 이재만 사무관은 “총장님이 방송에서 통합을 말한 것도 양 대학 발전 방안에서 통합이라는 방법도 있다는 식의 언급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사포커스 이한평 국장은 “편집된 것은 전혀 없다”며 “그 자리에서 이뤄진 대화를 방송으로 내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디오830 보도팀 김상현 팀장 역시 “통합이란 주제의 질문지가 부적절했다면 사전에 질문지 수정을 요구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부산대 측은 수정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송을 시청한 심은혜(유아교육 2) 씨는 “통합을 선언하는 내용의 방송이었다”며 “대학본부는 선언문을 근거로 통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급하게 변명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공동발전 협약에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지 않아 총학과 교수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총학 김종현(수학 4) 회장은 “이번 협약 내용에 대해 전혀 몰랐다. 중요한 학내 사안을 결정하는 데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 난다”며 “다음 달 1일 정오, 정문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같은 달 21일 학생총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꾸준히 학생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회 역시 이번 협약 결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교수회 이병운(국어교육) 교수회장은 “대학평의원회는 대학의 장기발전 계획에 대한 중요 심의 기구”라며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은 물론 논의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선언문 자체의 실효성과 졸속 협약이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경대 교수회 최연옥(기계공) 교수회장은 “선언문은 일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며 “기획처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교무처장이 나서 협약을 처리한 것으로 보아 논의 기간은 2,3일 내로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인세 총장이 임기 말에 업적을 쌓기 위해 통합 논의를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우려했다. 총학 김종현 회장은 “협약 체결 당시 3명의 부처장만이 현장에 있었다”며 “담당자인 기획처장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으며 협약식 다음 날 만난 학생처장조차 협약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분노했다. 부경대 총동문회 관계자 역시 “부경대 총장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아 통합이 추진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 사실은 법인화 기반 마련 사업?

  우리학교와 부경대의 공동 발전 협약이 체결된 가운데 두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가 통합된 후의 결과를 전망해 봤다.


  부산대와 부경대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 올해 기준으로 재적 학생이 5만 4,821명, 예산이 2,785억원인 거대 국립대학교가 탄생한다. 그러나 전임교원은 1,784명(부산대 1,206명 부경대 578명)으로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약 31명이다. 이는 현재 우리학교의 25.7명보다 상승한 것이다. 또한 통합이 된다면 학생 1인에 투입되는 교육비는 약 1,032만원으로 지난해 우리학교의 1,090여만 원에 비해 적어진다. 또한 36개의 유사ㆍ중복 학과가 있어 조정이 필수적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전체 학과가 36개가 되지 않는 대학들도 많은 실정에 비춰보아 통합이 진행된다면 사상 최대의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학교는 지난 2006년 밀양대와의 통합으로 학과단과대학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었고 그 후유증은 여전하다. 당시 밀양대의 3개 단과대학과 1개 대학원을 폐지하고 통합 부산대는 나노과학기술대학과 생명자원과학대학을 신설했다. 또 양 대학의 유사ㆍ중복 학과 12개를 통·폐합하고 입학정원을 856명 감축했다. 그러나 과거 밀양대의 학생 수는 약 3천 여명, 전임교원의 수는 116명으로 통합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부경대보다 규모가 작다. 따라서 부경대와의 통합 시 구조조정의 규모가 과거의 통합 때보다 커져 졸업 예정자의 학적 문제, 캠퍼스 간 학생들의 차별적 인식 문제 해결 등에 어려움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밀양캠퍼스 편의시설 부족, 순환버스 문제는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다. 총학생회 김종현(수학 4) 회장은 “시설, 교육면에서 밀양캠퍼스 학생들이 부산캠퍼스 학생만큼 배려 받지 못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통합을 추진할 경우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국립대학교 통·폐합은 ‘2011년도 국립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르면 국립대학 법인화의 기반 마련 사업으로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유사학과ㆍ학부의 통·폐합이 활발할수록 예산 지원을 많이 받는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재정 지원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예산이 사용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교과부가 통합 이후 순차적인 법인화 진행을 선호하기 때문에 법인화 진행 수순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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