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계인의 축제이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제13회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시작됐다. 9일간에 걸쳐 진행되는 이 대회에서는 200여개가 넘는 참가국에서 수천 명의 선수들이 멋진 승부를 펼친다. 필자 역시도 세계적인 육상선수들의 실력과 열띤 현장 분위기를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싶어 입장권과 대회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이번 대회의 슬로건이 ‘달리자 함께 내일로’인 것을 알았고 ‘함께’ 달리지 않는 교과부와 우리학교 행태가 떠올랐다.


  지난 23일, 교과부 산하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공개했으나 그 내용은 곳곳에서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대표적인 것이 투표에 의한 총장 직선제를 없애고, 총장에게 성과협약서를 제출받아 성과를 평가해 예산 지원에 반영하며, 국립대학 통폐합도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총장의 성과협약서 정책을 보면 총장이 대학자치의 대표자라기보다는 일정기간동안 취업률, 재학생 충원률 등 목표성과를 달성해 이를 교과부에 보고해야하는 종속된 관계처럼 보인다. 대학을 대표하는 총장의 역할이 구성원의 편의와 대학 발전을 위한 것에 맞춰져 있는지, 아니면 교과부와 합의한 목표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에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국립대학 통폐합은 실제로 우리학교에서도 그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고 아직까지 강좌 개설, 통학버스 운영, 생활복지시설 등에서 숱한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총장의 대학운영성과목표제, 국립대학 통폐합 등을 보면 어떻게든 현 체제를 개선하려는 교과부 의지가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대학을 사영화, 기업식 이윤추구논리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9월 중순 최종 확정을 앞두고 국립대학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간도 촉박한 상황에서 이 또한 형식적이거나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으로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11일, 우리학교와 부경대학교 총장은 ‘공동발전 선언문’을 채택하고 앞으로 통합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연구를 통해 결과를 내고 이를 대학 구성원, 지역사회 등에 알려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 당일 총학생회는 본관에 방문해 통합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쳤고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학생들과 논의 없는 통합 반대’ ‘학내 의견부터 수렴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한 이후에 교수회도 성명서를 내고 “대학구성원과 논의 없는 일방적인 발표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대학 구성원인 학생, 교직원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일단은 하고 나서 말해주겠다는 식의 학교 측 대답에 모두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부산대와 부경대 통합은 건물과 학과 조정, 교직원과 학생 재배치, 예산 분배, 공간 문제 등등 굉장히 복잡다단하고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얽히고설키어 있는데 말이다.


  최근 교과부와 우리학교가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사전 단계, 중간과정은 생략된 채 급급하게 어떻게든 결과를 도출해야겠다는 모습이 엿보인다. 실제로 교과부 정책이나 학교 측 방침이 시행된다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체는 정책 입안자가 아닌 바로 학내 구성원들이다. 이들과 내일도 ‘함께 달리기’를 원한다면 함께 하겠다는 열린 자세로 구성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필요하다. 스포츠를 보면, 혼자 달릴 때보다 여러 명이 함께 달릴 때 기록은 훨씬 더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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