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겨울, 수시면접을 보고 하루하루를 초조하게 보내던 기억이 마치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 19년 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짜릿함을 느꼈다. 내가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이 무의식적으로 나를 소극적이게 만들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도전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처음으로 용기내어 부산대학교라는 곳에 문을 두드렸고 결실을 얻어냈다. 남들보다 두 배는 더 노력했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앞뒤 보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던 고등학교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제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는 두려움 또한 동시에 다가왔다.

  입학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입학 후 바로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모임은 학생회관에서 있었다. 나는 아직도 처음 학생회관에 가던 날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우선 학생회관으로 올라가는 경사부터가 가팔랐다. 전동휠체어는 자동차처럼 엔진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왠지 이 가파른 곳에 올라가다가 고장나버릴 듯한 불안감까지 들었다. 그러나 간신히 올라가서 본 학생회관은 나를 더욱더 불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학생회관에 가서 처음으로 보이던 것은 건물 앞의 엄청난 계단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같이 간 동아리 선배한테 업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날이 끝이 아니었다. 학생회관 뿐만 아니라 우리학교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제법 있었기 때문에 타인의 등을 빌리는 날이 잦아지게 됐다. 그렇다보니 자꾸 몸무게에 신경이 쓰였다. 나는 평범한 몸무게였지만 혹시나 업는 분들이 힘들어 하신다는 착각 아닌 착각이 들었다. 그 후로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서 하는 강의는 수강신청 때부터 피하게 됐다.

  학생회관 외에 불편함은 중앙도서관(제2도서관)에서도 생긴다. 중도 1층은 다들 아시다시피 만인의 장소이다. 시험기관과 상관없이 학기 중이라도 이곳은 항상 자리가 많지 않다. 나도 곧잘 중도를 이용하는데 그때마다 항상 기대하지 않는 마음으로 제1열람실에 들어선다. 역시나 자리가 없다.


  몇몇의 책상에 붙여져 있는 장애인 마크가 무색하다. 나는 휠체어를 타고 있기 때문에 열람실 안쪽에 아무리 좋은 자리가 있어도 좁아서 들어갈 수가 없다. 다른 층에 있는 열람실은 책 빌리는 곳과 연결이 안 되어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도 갈 수가 없다. 간혹 내가 들어가면 장애인 전용 책상에 앉아 계시던 분이 비켜주시기도 하지만 시험기간이 되면 그 마음이 각박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다른 분들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나오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이렇게 나는 남들과는 다른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도 요즘 많이 개선해 주려고 노력하고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지닌 학우분들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학교생활은 더욱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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