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5개월 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말은 할 줄 알았지만 낯설기만 한 타지에서 어설픈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몽골에 있을 때 한국 문화에 대해 조사했고 관련된 자료, 책을 많이 봤으나 직접 와 보니 책에서 보던 것과 너무나 달랐다.

  몽골과 한국의 문화는 인사하는 것부터 다르다. 한국에서는 인사할 때 머리를 숙여 상대방을 존경한다는 의미를 나타내지만 몽골에서는 인사를 나눌 때 서로 악수를 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인사할 때면 무조건 악수를 한다. 또 다른 경우는 상대방에게 실례를 했을 때 사과의 의미로 악수한다. 예를 들어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 발을 밟거나, 발로 상대방의 발을 찼을 때 사과의 의미로 손을 내민다. 그러면 상대방이 이를 사과의 뜻으로 받아들여 서로 악수를 한다. 악수를 안 하면 서로 원수가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위의 경우에 해당되면 손을 내밀며 악수하고 헤어진다.

  몽골의 문화환경 속에서 자란 나는 이러한 문화적인 행동이 몸에 베어 있으므로 처음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 한국어 말하기를 가르치던 한국인 선생님께 큰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간단한 인사말 밖에 몰랐던 나는 선생님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선생님이 처음에는 놀란 눈빛으로 보다가 나중에는 웃으시면서 문화적 차이를 설명해 주셨다. 선생님의 설명을 차근차근 들으면서 한국 문화를 조금씩 알아갔으나 역시 외국 문화란 그 나라에 가보고, 그 나라 현지인들과 부딪혀 보지 않는 한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이후 한국에 유학 왔을 때도 위와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지난 4월 중순,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와 도서관이 학생들로 붐비기 시작했을 때였다. 시험 공부하러 도서관에 갔을때, 책을 펼쳐 놓고 공부에 집중하던 남학생 두 명이 있었다. 학생들은 각자의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으나 내 앞의 남학생이 자신도 모르게 내 발을 거세게 차고 말았다. 당황한 나는 사과의 뜻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 남학생의 손을 잡아 버렸으나 남학생은 놀란 얼굴을 하며 ‘이게 뭐지?’란 눈빛으로 나를 봤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엄청난 창피함을 느꼈고,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만 하고 도서관을 나왔다.

  알지 못했던 한국의 인사문화였지만 시간이 조금이나마나 지난 지금은 이러한 일들을 가볍게 꺼내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 지낼 날이 더 많으니 한국의 문화를 접해 보는 과정을 통해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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