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여지책(窮餘之策): 막 다른 골목에서 그 국면을 타개하려고 생각다 못해 짜낸 꾀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2011년, 물가 상승률을 3% 이하로 잡을 것’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번째로 높다. 지난 17일, 한국소비자원 생필품 가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월 대비 60% 이상의 생필품 가격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고환율ㆍ저금리 정책을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김영재(경제) 교수는 “고환율 정책은 유가 상승으로, 저금리 정책은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결국 고환율ㆍ저금리 정책이 물가상승을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기획재정부는 물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국민을 대상으로 물가 관련 정책을 공모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를 보며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능력에 한계가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이기홍 간사는 “정책을 공모하는 것으로 절대 물가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며 “물가상승에 대한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환율과 금리 등 거시적인 정책들의 정교한 조합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 농축수산물 공급량 확보 등 미시적인 정책에만 연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의 의지로 할 수 있는 미시적 정책은 미봉책으로 한계를 지닌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는 유가 대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정부는 올 상반기 동안 무려 13%나 오른 기름값을 잡기 위해 대안주유소 설립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대안주유소는 유통구조를 간소화해 기존 주유소에 비해 기름값이 저렴하다. 그러나 전국에 몇 개나 설립될 수 있을지와 그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도 지난 3년 반 동안 물가상승률 변동폭이 연간 최고 2.2%포인트에 이르니 가히 물가 난국이라 할만하다. 경제라는 사회구조의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가지를 손봄으로써 기울어진 기둥을 바로 세우려는 발상 자체는 회의감을 불러일으킨다.


  미시적 대응책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궁한 끝에 나는 한 꾀’란 뜻을 가진 ‘궁여지책’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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