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4백여 년 동안 동물실험은 인류의 구원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20세기 전후로 ‘동물대체시험법(이하 대체시험법)’의 논의 열기가 빠른 속도로 확산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34가지의 대체시험법을 확립한 상태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김지숙 팀장은 “동물실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추측하면서도 “동물실험을 하루아침에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시험법의 정착에 법적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동물실험대체법학회 박승찬 연구원은 “대체시험법의 활용 범위와 법안 적용 대상은 물론 대체시험법 전반의 연구 지원 등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제도 마련 못지않게 기업과 협약을 맺는 것도 중요하다. 동물실험은 각종 백신이나 화장품 등의 시판 전에 기업 내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체시험법에 지속적인 예산 투자와 전문 인력 배치 역시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 서찬기 박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세포 실험 등을 발전시키려면 정부의 지원과 협조가 중요하다”며 “우리는 2009년에서야 대체시험법 논의가 본격화됐고 일본, 미국과 달리 대체시험법 관련 예산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체시험법은 기술 개발 및 정착 단계에서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실험동물 생산 및 관리 비용과 특수 실험시설 유지비용, 폐기물 처리에 따른 부수적인 비용을 포함하면 훨씬 경제적일 것이라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세포응용연구사업단 김한성 연구위원은 “실험에 쓰이는 형질전환쥐의 경우 마리당 1천만원에 달한다”며 “대체시험법은 동물의 구입비 및 상태 유지비용, 실험실 관리 비용 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한성 연구위원은 “개체별에 맞는 시험법으로 정확한 결과를 산출해낼 수 있어 재시험 비용도 절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제도 및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체시험법에 대한 신뢰다. 동물실험은 여러 약품 개발 및 질병 퇴치에 이용되어 온 실험 수단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대체시험법을 믿지 못한다면 정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대체시험법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특수독성과 염영나 연구관은 “동물실험과 동일하거나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방법만이 대체시험법으로 사용된다”며 “과학성, 경제성, 윤리성 등을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실험만이 실험의 유일한 창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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