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제라 비판받은 산업연수제가 폐지되고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어언 7년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이주민 노동자들은 노동 착취와 사업체 변경 제한에 시달리고 있다. 베트남에서 온 응우웬 트웬 코아이(울산시 달천동, 21) 씨는 “야간업무가 매우 힘들어 회사를 옮기고 싶지만 고용주가 허락하지 않는다”며 “고용주는 개발도상국에서 데려와 일자리를 주는 것에 감사하라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주민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이주민센터 김민옥 다문화팀장은 “고용허가제는 결국 이주민 노동자를 노동력으로만 보는 비인간적인 제도”라고 비판하며 “노동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출입국 통제와 이주민 억압정책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주민 노동자들에게 장기체류를 허용하면 사회적 비용 부담이 상당해진다”며 장기체류를 허용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지구촌사랑나눔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허사랑 실무위원은 “지금과 같은 단기순환 이주 노동정책은 노동력 육성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고 착취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지난해 전체 결혼건수 중 국제결혼 비율은 10.5%에 달했다. 무려 3만 4,235쌍이 국제결혼을 통해 부부로 연을 맺었다. 그러나 동시에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발간한 경기도 국제결혼 이민자가족 변화 추이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이혼건수는 무려 46%나 증가했다. 그러나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강자연 연구원은 “결혼이민자들의 정착을 위한 다문화상담센터 운영과 지원 제도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혼건수로 결혼이민자들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혼이민자의 한국 생활을 돕기 위해서는 한글학교 운영 및 문화 소개 등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이주민과 함께 한아름 의료팀장은 “정부가 운영하는 몇몇 쉼터는 결혼이민자를 전혀 이해하지 않고 참고 살 것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베트남 정부는 혼인 당사자와 인터뷰를 통해 혼인의 자발성 및 매매혼 여부 등을 조사해 당사자가 혼인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강자연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매매혼 성격의 국제결혼을 단속하지 않고 결혼이민자를 위한 복지에 고민하지 않자 베트남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라며 “정부는 말로만 다문화ㆍ다민족 사회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결혼이민자를 배려하는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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