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 아닌 '소통'으로 연극을 바라봐야

  지난해부터 대관 전용 극장들이 부산지역에 들어서면서 기존의 지역 연극계 흐름이 흔들리고 있다.
 

 대부분 대관 전용 극장은 기업과 제휴를 맺으며 서울에서 내려온 자본이 투입돼있다. 다른 소극장들처럼 자금난에 시달리지 않는 이들 대형 극장은 홍보에 많은 비용을 쏟는다. 극예술연구회 윤현덕(전자전기공 2) 회장은 “‘전 국민이 봤다’, ‘예매율 1위’라는 식의 상업적인 광고로 인해 주위 친구들이 휩쓸려 보러 간다”고 말했다. 가마골 소극장 이윤주 연출자는 “문화욕구는 있지만 소극장 연극의 통로를 잘 모르는 관객들이 대량의 광고를 보고 대극장으로 쏠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연출자와 배우를 고용해 작품을 만드는 대관 상영 방식은 기존의 부산 연극계의 주 흐름인 창작공동체의 구조를 해체할 위험성을 가진다. 극단 새벽의 이성민 연출가는 “대극장 연극의 경우 일시적으로 연출자와 배우가 모여 단기간 호흡을 맞추는 방식으로 사회적 의제를 가진 작품을 생성할 여유가 없다”고 우려했다. 또 이성민 연출자는 “연극의 소재 선택에 있어서도 감각적이고 향락적인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부산지역 연극계는 자금난과 인력부족에도 불구하고 연출자, 작가, 배우가 모여 함께 연극을 만드는 창작집단을 유지해왔다. 창작공동체는 극단만의 개성을 가지며 나아가 지역의 색깔을 살릴 수 있다. 실제 부산의 명소를 연극의 배경으로 하는 극단 자갈치,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는 극단 일터 등이 대표적이다. 가마골 소극장 이윤주 연출가는 “부산에 소재하는 극단들의 창작극은 관객 수에 신경 쓰지 않고 극단만의 색깔을 가져 갈 수 있어 좋다”고 강조했다.

  
  또한 좌석이 300석이 넘는 대규모 극장은 소극장이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 본래 소극장 운동은 상업적 유통과정 속의 대규모 연극에 대항하여 만들어졌다. 이성민 연출자는 “관객을 많이 끌 수 있는 대극장이 들어서면서 다시 상업구조가 강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극장의 연극을 즐긴다는 공혜진(노어노문 2) 씨는 “소극장 연극은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전해져 관객들도 함께 호흡하며 연극을 즐긴다”며 “대극장으로의 관객이 쏠리면서 매력적인 소극장들은 대부분 열악한 상태라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산소극장운동협의회는 상업주의 연극에 대항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소극장운동협의회 이성민 부운영위원장은 “연극이라는 상품을 유통하는 방식을 벗어나 우리는 연극을 매개로 관객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갈 것”이라며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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