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장봉호(避獐逢虎): 작은 해를 피(避)하려다가 도리어 큰 화를 당(當)함을 이르는 말

  4차 희망버스가 지난달 27,28일 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한진중공업 해고자 및 가족 등 300여 명을 포함해 5천 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집회 둘째 날, 경찰은 “교통 체증을 야기했다”며 물대포를 동원해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진압했다.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한 것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이후 3년만이다.


  부당하게 정리해고를 당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알리기 위해 지난 1월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처음에 희망버스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우리 사회 노동문제를 시정하는 집회로 확장됐다.


  희망버스 집회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듯 했지만 부산 영도에서 있었던 3차 희망버스 이후부터 인터넷 기사 댓글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희망버스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진중공업 노사 간의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시민단체, 정치인이 왜 개입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합의 내용에 정리해고 내용 자체가 빠져있으며 당시 이뤄진 합의는 공권력이 투입되기 전 급히 체결한 미봉책이라 할 수 있다.


  제3자 개입에 대해 신원철(사회) 교수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의지나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가진다”며 “그 표현 자체를 3자개입이라 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사안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다수의 의견에서 기초하는데 다수의 시민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정당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희망버스의 행진으로 일부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희망버스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왜곡된 노동현실과 노사관계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는 한진 노동자의 일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노동자의 문제이자 후세의 문제로 직결된다. 또한 희망버스는 노동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대대적 연대를 보여줬다는데 의의를 지닌다.


  희망버스의 본질을 모르고 노동현실 개선을 뒤로한 채 당장 겪는 피해를 말하는 그들은 ‘작은 해를 피하려다가 도리어 큰 화를 당함’을 이르는 ‘피장봉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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