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 수상 구조대①

   
망루 근무를 설 때는 수영객들의 움직임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수욕장 해운대는 올 여름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갈 무렵 자유게시판에 눈길을 끄는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해수욕장에서 인명 구조를 위한 해양경찰 수상 구조대원을 모집한다는 글이었다. 군 입대 전 교내 수영동아리 ‘시나브로’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수상인명구조자격증을 취득했었다. 오랫동안 책상 서랍에 있다 이제야 제대로 자격증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즐거움에 선뜻 지원했다. 서류 심사와 면접에 다행히 합격하여 해양경찰 특공대 대원들과 이틀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다음 해운대에 배치되었다.

  7월 1일 화려한 해수욕장 개장식과 함께 2개월 동안의 해수욕장 수상 구조대 일이 시작되었다.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하여 인명 구조에 필요한 장비들을 점검하고 하루 근무 위치를 배정 받은 다음 9시부터 근무에 들어가게 된다. 근무는 해변을 순찰하며 익수자가 발생하면 신속히 수영으로 접근하여 익수자를 구조하는 해변 순찰조, 망루 위에서 익수자가 발생했는지 살피는 망루 근무조, 보트를 타고 수영 한계선에서 순찰을 돌며 익수자가 발생했을 때 물 속으로 뛰어들어 구조하는 보트조로 나눠진다.


  개장 후 일주일은 해운대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 조용히 첫 주가 지나갔다. 그러나 며칠 후 해운대에서 19년 만에 처음으로 익사 사건이 발생하였다. 해안 순찰 근무 후 다음 조와 교대하고 상황실로 복귀하던 중 무전기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9망루 앞 익수자 발생”이라는 목소리가 무전기로 전파되었고 조금 후 “익수자 실종”이라는 목소리가 뒤이어 나왔다. 9망루 앞으로 달려갔지만 수영 한계선 밖에서 수영을 하다 파도에 튜브를 놓친 익수자는 이미 물속으로 가라앉고 난 후였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안 순찰을 돌던 구조대원이 인지하고 신속히 물속으로 들어갔지만 전날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너무 높았고 익수자는 구조대원이 도착하기 전에 힘이 빠져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게다가 전날 내린 많은 비로 수면에서 한 뺨 정도의 수심의 물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물이 탁해졌다. 모든 구조대원이 수중 수색 작업에 임한지 30분 만에 파도에 휩쓸려 간 익수자를 건져냈다. 익수자를 건져 백사장으로 나오는 동안 ‘제발 살아있어 달라’는 전 대원들 바람과는 달리 심폐소생을 하는 동안에도 익수자는 깨어나지 않았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통보를 받게 되었다.

  인명 구조 교육을 받을 때는 그저 말로만 들었던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나니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한동안 멍하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 후로는 수영객들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까지도 놓칠 수가 없게 되었다.

  2주차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피서객이 몰려들어 평일 평균 하루 30~50만, 주말이면 70~100만의 피서객들이 해운대를 찾았다. 해운대 백사장은 색색의 파라솔로 모래가 보이지 않았고 노란색 튜브는 파란 바다를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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