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이동현

  4년에 가까운 사범대학에서의 근무를 하고 지난해 11월에 학생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 맡은 장학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야근에 야근을 거듭했다. 한 학기가 지나고 나니 이제야 업무의 흐름에 대한 감이 조금 오는 듯하다. 물론 아직도 느려터졌다고 팀장님으로부터 매일 한소리 듣기는 하지만….

  장학 신청이 겹치는 여름 방학 말에서 학기 초 기간에는 수백 건에 이르는 장학 신청 서류를 검토하며, 특히 학생과에서 직접 지급하는 가계곤란 관련 장학금의 서류는 가장 복잡하고 면밀한 검토를 거친다. 그런데 옆에 두세 더미로 나눠 쌓은 서류들(한 더미로 쌓으면 무너지기 쉽다)을 하나씩 꺼내서 찬찬히 살펴보면 뜻밖에도 그 안에서 한 편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낱장일 때는 뜻모를 문자와 숫자, 인지와 날인으로 이뤄진 무미건조한 종이에 불과하던 것이 장학신청서 뒤에 가지런히 모이면 그 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가족관계증명서상의 부모님 인적사항의 공란이, 주민등록초본을 가득 채운 주거지 변경 사항이, 때로는 학생이 자필로 작성한 사유서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마치 사이코메들리라도 되는 듯, 서류를 뒤적거리는 것만으로도 학생의 곤란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생면부지인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수백 건의 아픔을 일일이 판단해야 하는 이 고역을 얼른 마무리하기만을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장학 팀에서 일하면서 학생들이 제출한 서류에 적힌 딱한 사정 때문에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다. 공무직인 교직원으로서가 아니라(피치 못할 사정으로 도중에 학업을 그만두기는 했지만)한때 같은 학생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그렇다. 그럴 때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이 있을까 고민하지만 말단 직원의 권한으로서는 어찌해볼 수 없는 장벽에 부딪혀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다.

  한동안 반값등록금 이슈가 대학가를 뜨겁게 달구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모든 학생들이 학비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실컷 할 수 있는, 그래서 더 이상은 학업지원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나로서는 야근 거리가 하나 줄어들) 날이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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