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 아마 그 사람과 대화를 해보는 것일 것이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출신까지도 알 수 있다. 말씨가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산지가 많아 산맥으로 지역이 구분된 경우에는 지역민들 간 이동이 적어 독특한 억양의 사투리가 생겼다. 따라서 출신 지역이 다른 사람끼리 대화할 때는 수많은 일화가 생기기도 한다. 출신 지역이 다르고 말씨도 다른 네 사람이 이번에는 사투리와 서울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처럼 사투리가 강한 지역에서 학교생활을 할 때 말씨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은 없을까. 서울말을 쓰는 은주 씨는 “유난히 사투리 억양이 강한 교수님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는 것조차 알아듣기 힘들 정도여서 나중에는 수업을 듣는 것도 부담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반면 광주 사투리를 쓰는 관영 씨는 “발표할 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광주 사투리를 쓰는데 호응이 좋다”며 “다른 말씨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토박이 정웅 씨도 “말씨가 섞여서 사투리가 어색하면 어느 지역 출신인지 몰라 말씨를 고쳐주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얼마 전 어느 방송에서 한 여성 출연자가 부산 사투리를 쓰는 남성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서울말을 쓰는 서울 남자와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주 씨도 “서울말에 비해 부산 사투리는 강하고 남성적인 매력이 있다”며 “부산 남자들이 속마음이나 애정표현을 수줍어하면서 서툴게 말하는 것도 귀여워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다르게 사투리를 쓰는 지역에서 서울말을 쓰는 것이 이성에게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웅 씨는 “말씨가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다”며 “그래도 부산 사람들과 다른 말씨에 호기심이나 호감이 생기기 쉬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람 씨는 “부산 사투리에 비해 서울말이 친절한 인상을 주지만 남자가 쓰면 어색하기도 하다”며 “서울말을 쓰는 남자는 부산 남자에 비해 여성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언제부턴가 인터넷에서 사투리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데 악용되고 있다. 의도적으로 사투리로 악성 댓글이나 욕을 쓰는 등 그 사투리를 쓰는 지역 사람들을 조롱하고 왜곡된 이미지를 심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영 씨는 “젊은 세대 들이 그러한 것을 주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모두 한국 사람인데 말 하나에 너무 많은 색안경을 낀다”며 염려했다.
 

아람 씨와 은주 씨도 입을 모았다. 아람 씨는 “말은 단지 자신의 출신을 보여줄 뿐 친구를 사귀는데 걸림돌이 된 적은 없다”고 밝다. 은주 씨도 “사람이 친해지는데 말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말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영화 <은하해방전선>에서 주인공 영재는 실어증에 걸려 말을 잃지만 그제야 진심으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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