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민주적 통합 추진에 효원인 ‘반대’… 대학본부는 '침묵'

 지난 21일 우리학교 넉넉한터(이하 넉터)에서 학생총회가 열렸다. 개최 정족수 4,993명을 넘는 5,440명(학과 공식 행사 공결 인정)의 학생들이 참여해 지난 2006년 이후 5년 만에 학생총회가 성사됐다. 이후 총학생회는 부총장실 점거 농성에, 김종현(수학 4) 회장과 이준호(회계 4) 부회장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은 △비민주적 통합 반대 △총장 선거 투표권 쟁취 △학생 공간 확보 △2012년 반값등록금 실현이라는 4대 주요 안건을 논의해 과반수 찬성 의결했다. 김종현 회장은 “학생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비민주적 통합 논의서 폐기와 총장 선거 투표권 쟁취, 학생 공간 요구안 전달, 동맹휴업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학본부 측은 학생총회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의결 과정 이후 학생들의 본부 항의방문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반발을 샀다. 학생처와 기획처 관계자는 “학생총회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회피했다. 김종현 회장은 “책임질 수 있는 답변을 해줄 사람이 본부에 없다”며 “항의의 의미와 학생들의 일에 우리가 직접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부총장실 점거 및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총회에서 논의된 4대 주요 안건 모두 찬성 의결됐으나 4번째 안건인 반값등록금 실현 및 오는 29일 동맹휴업에 대해서는 학생들마다 의견 차이를 보였다. 김경수(바이오소재과학 2) 씨는 “참여만이 본부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동맹휴업이 결의가 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ㄱ(경영 4) 씨는 “휴강을 하지 않는다면 빠지고 동맹휴업에 참여하진 않을 것”이라며 “학점이 중요해 수업일수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학생들의 최고 의결기구인 학생총회는 재학생 중 1/4 이상이 참석해야 성사된다. 이번 학생총회는 △인문대학 436명 △공과대학 1121명 △자연대학 638명 △경제통상대학 241명 △경영대학 104명 △사범대학 412명 △예술대학 272명 △법학대학 58명 △나노과학기술대학 143명 △스포츠과학부 45명 △생활환경대학 72명 △사회과학대학 462명 △생명자원과학대학 418명 △간호대학 140명 △약학대학 1명 △부산대 문예패연합 49명 △동아리연합회 150명과 개별 참석 인원(예비군 훈련 이후 참여 학생 포함) 678명이 모여 성사를 이뤄냈다. 


  한편 본래 예비군 훈련에 참여한 학생들은 공결로 인정돼 정족수를 4,922명으로 설정했으나 예비군 훈련을 마친 284명의 학생들이 참석하면서 정족수가 상향 조정됐다.

의미와 평가
  이번 학생총회는 우리학교뿐 아니라 전국 대학교 중 가장 많은 정족수가 참여했으며 무산될 위기를 겪고 나서 성사돼 더욱 의미가 깊다.


  자리정리와 단대 별 집결 시간 차이 등으로 정족수 확인 과정이 2시간가량 지연됐으나 상당수 학생들이 침착한 태도로 자리를 지켰다. 서진주(기계공 3) 씨는 “학생총회 성사를 보기 위해서라면 기다릴 수 있다”며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대학본부에 대한 의견 표현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족수가 부족해 학생총회 성사에 빨간 불이 켜지자 학생들은 직접 주위에 연락하며 정족수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등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최지은(건축 2) 씨는 “학생총회가 실패하면 본부에 학생들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학생활원과 도서관에 있는 친구들을 모두 불렀다”고 말했다.


  한편 매끄럽지 못한 진행 과정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ㅂ(국어교육 3) 씨는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안건이 무엇인지 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비표와 정족수 확인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아름(무역 2) 씨는 “논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뒤쪽에 앉은 인원의 대부분이 빠져나갔다”며 “과연 4번째 안건에서 정족수가 채워진 것인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ㅇ(영어영문 2) 씨는 “개인적으로 비표를 받았는데 학생증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학생총회 물결
  이번 해에는 '법인화'와 '반값등록금' 등이 사회적인 쟁점으로 떠오르며 여러 대학교에서 학생총회가 열렸다. 지난 3월 31일, 고려대학교는 ‘등록금 인하와 10대 요구안에 대한 답변 요구’를 내세워 6년 만에 비상학생총회를 열었다. 같은 날 이화여자대학교는 ‘등록금 문제 해결 등 6대 요구안’을 걸고 학생총회를 개최했다. 이후 서울대학교에서도 ‘법인 설립준비위의 해체를 위한 행동에 나선다’는 안건으로 비상총회를 열렸으며 당시 ‘설립준비위 해체를 위한 행동 개시’ 안건은 94.8%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전문가들은 이어지는 학생총회 물결에 법인화, 등록금 등 문제와 학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학생들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채선기 연구원은 “법인화와 등록금 상승 등으로 학생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이에 학생들이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법인화 추진 과정이나 등록금 협상 과정의 비민주성에 반발하며 학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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