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문제가 처음 불붙은 지난 5월 29일, 70여명이 연행되던 그 시간에 나도 서울에 있었다. 1000여명이 모였던 그 자리에서 나는 ‘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보았다. 대규모 집회를 처음 가보았지만 모두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뭉쳤다는데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사실 그 전까지 학생들과 얘기를 할 때면 ‘대학생들이 해봤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도 마음속 한 켠에는 그런 생각이 자리했었다. 하지만 그 날 만큼은 달랐다. 많은 대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졌고 명동입구로 진입할 때 많은 시민들이 우리를 보며 박수를 보내주시고 응원의 목소리도 내주셨다.


  부산에 와서 반값등록금 얘기를 학생들과 나누는데 ‘서울에서는 반값등록금 때문에 난리 인데 왜 우리학교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시는 분이 많은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리고 싶었다. 문득 단과대학 학생회 후보시절이 생각났다. 그때 절박한 마음에 하루 종일 피켓을 몸 앞뒤로 달고 정문에서 발언했었는데 굉장한 반응을 보여주셨던 학생 분들이 떠올랐다. ‘이거다’라는 생각에 다음날 바로 실행에 옮겼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냥 피켓을 들고 서있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아 형상화를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초가 되기로 했다. 몸은 촛농이 달린 초를 머리에는 빨간 두건을 둘러 불을 형상화 했다. 반응은 상상이상이었다. 이틀연속 하루 종일 1인시위를 하면서 나는 학우들을 믿게 되었다.


  대표자로서 학생을 믿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인데 말은 그렇게 해도 그때 당시에는 처음 하는 학생회 활동에 학생들께 상처를 꽤나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날은 그런 상처들이 싹 치유되고 이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학생분들은 관심이 정말 많은데 학생회에서 하는 일들에 대한 해설도 잘 안되고 학생분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더 많은 학생분들에게 알리고 힘을 얻고 싶었다. 21일 학생총회에서 그리고 나는 힘을 얻었다. 사실 성사될 수 없었던 학생총회가 학생분들의 힘으로 성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열심히 연락을 돌렸고 연락을 받은 학생들이 많이 왔다. 우리학교 학생 5440명이라는 인원이 모인 것을 보고 무엇인가 바뀔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보셨을거라 생각한다.


  지난 23일 서면에 반값등록금 촛불집회를 갔다왔는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서명을 해주시는 분들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명을 하셨다는 분도 계셨지만 그냥 지나가시는 분들도 많았다. 예전 같았으면 상처받고 눈물이 글썽했을텐데 이번에는 마냥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머릿속에 ‘5440’ 이라는 숫자가 스쳐갔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그저 나는 대표자니까 학생회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이제는 5440명의 학생을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으로 바뀐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기회가 왔다. 학생들을 위해 힘쓸 수 있는 기회, 오는 29일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동맹휴업이 다가오고 있다. 충분히 설명하고 진심을 보이고 궁금증을 풀어드린다면 학생들과 함께 동맹휴업 성사시킬 수 있다 생각한다. 우리의 힘을 보여주고 같이 우리의 문제를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비록 나는 보잘것없는 한명에 불과하지만 우리 2만 학생의 힘을 믿고 남은 임기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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