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공짜다?
웃기는 소리다. 리포트 한 장도 사고파는 시대에 밤낮 고민해 만든 작품이 어떻게 공짜일 리 있겠는가? 영화도 음악도 유료인 세상에 왜 만화만 왕따가 됐을까? 주범 세 가지만 꼽으라면 첫째, 청소년 보호법 같은 과도한 정부규제, 둘째, 세계 유례가 없는 만화방 대여문화, 그리고 끝으로 갈 곳 없는 만화가들이 인터넷으로 몰려들었고 그 결과 세계최대의 무료 웹툰(Webtoon) 생산기지가 된 것이다. 태어난 지 100년이 된 대중문화 장르를 지속적으로 천덕꾸러기 취급하면서도 대놓고 공짜로 즐기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만화는 읽고 버리는 오락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90%가 만화원작이다. ‘올드보이’도 ‘꽃보다 남자’도 그렇다. K-POP의 빌보드 1위 보다 전 세계 수억 명의 망가 매니아를 두고 영화로 또는 아니메로 캐릭터로 수익을 올리는 일본만화가 경제적 가치와 영향력에서 우위에 있다. ‘짱구’와 ‘슈퍼주니어’는 애초부터 체급이 다르다.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제작과 투자에는 수십억이 들지만 만화 한편을 제작지원 해봐야 천만 원이 채 안 된다. 캐릭터, 대사, 배경, 스토리, 연출이 고스란히 담긴 훌륭한 대본이 한 편 나오는 셈. 그 가치를 정책 결정자들만 모른다.

일본만화는 야하다.
야한 만화가 많지만 모두 다는 아니다. 고급 예술만화부터 포르노 만화까지 다양성을 봐야 한다. 중요한 건 일본엔 만화 사전심의가 없다. 예수와 부처도 만화소재다. 더구나 한국처럼 종교와 유교적 전통, 분단과 정치, 지역주의로 늘 작가를 간섭하고 자기검열하게 만드는 것이 일본엔 적다. 콘텐츠의 질은 창작자유의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만화가는 아무나 될 수 있다.
맞다. 7살 어린이도 90살 어르신도 될 수 있다. 예전처럼 독한 문하생 생활을 견뎌야 하거나 잡지의 높은 관문을 넘어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인터넷에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면 된다. 그림 못 그려 만화가를 포기하는 시대도 지났다. 강풀이 그 예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만화가로 데뷔할 수 있다. 불타는 열정과 누가 뭐라 건 오로지 한길로 가는 뚝심이 있다면 가능하다.

한국만화는 희망이 있는가?
전 세계 만화책 두 권 중 하나는 일본만화이며 미국만화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특정 국가들의 문화콘텐츠 독과점이 심화되고 있으며 만화 식민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건전한 만화시장을 갖고 있으며 만화가들이 미국과 일본에게 늘 ‘맞짱’뜨자고 외치는 당돌한 나라다. 고난을 겪을수록 한국만화는 단단해 지고 있고 그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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