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노숙인상담보호센터 안정옥 센터장
  부산노숙인상담보호센터는 지난 2001년 문을 열었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운영 중이다. 고물가 시대인 현재, 노숙인 한 끼 식비 1500원을 지원받으며 열악한 처지에 몰린 노숙인을 돕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


  안정옥 센터장은 IMF 시절 노숙인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질 때부터 노숙인들을 만나며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1년 노숙인보호상담센터가 전국 최초로 문을 열 때에도 보건복지부에 센터 운영을 건의하는 등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가장 열악한 처지에서 죽음에 노출된 이들을 돕고 있다.

 

부산노숙인상담보호센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할게요
  노숙인 상담보호센터는 노숙인들이 이용하는 이용시설이에요. 거리 노숙을 하되 조금 더 깨끗하게 노숙을 하자는 취지에서, 옷을 세탁하고 목욕도 하거나 노숙인분이 원하시면 쉼터나 병원도 안내해드리기 위해 마련됐어요. 노숙인 분들도 인권이 있기 때문에 강제로 타 시설에 입소시킬 수는 없잖아요. 자활시설을 마련하거나 일자리 제공 등을 별도로 하지 않고 노숙인들이 순수하게 원하고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고 있죠.


  우리나라 노숙인 복지시설은 지난 1998년 IMF 이후에 많이 만들어졌는데 그 때는 무조건 다 시설에 입소시키라는 지침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거리나 기차역 등 공공장소에 노숙자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그것이 보기 안 좋다는 지적 때문이었죠. 그러한 복지시설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시설이 부산노숙인상담보호센터이라 할 수 있어요.

이곳을 찾는 노숙인분들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요
  노숙하는 분들이 센터를 이용하러 오시면 가장 먼저 상담부터 해요. 이곳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욕구 파악을 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지원하죠. 또한 이곳에서는 ‘새희망고용지원센터’라고 해서 고용노동부와 연계해 직업상담사와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면서 취업알선도 도와드리고 있죠.


  강제로 노숙인분을 이곳에 모셔오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찾으시는 노숙인분이 빨래도 할 수 있고 휴게실에서 휴식도 취할 수 있게 도와드리고 아프시면 병원에도 모셔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만약 식사와 잠자리 제공을 원하고, 자활도 하고 싶다면 ‘쉼터’에 입소할 수 있게 해드리고, 이것도 저것도 싫다하시는 분들이 다시 노숙하면서 언제든지 이곳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해드려요.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일자리가 필요하다, 몸이 많이 아프니까 병원에 보내 달라, 너무 추우니 옷을 좀 달라고 요구해요. 당연히 인간이 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요구하죠. 사회복지학에는 ‘매슬로우 5대 욕구’가 있는데 제일 밑바닥이 생존의 욕구에요. 우선 거리에 있으신 분들은 먹고 자고 입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해요.

  부산지역 거리노숙인 수와 위치까지 파악하고 있으신데 어떻게 가능한가요?
  상담보호센터 주요기능 중에 아웃 위치(out witch)기능이 있는데 찾아가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죠. 아무 정보도 없이 노숙을 하시니까 수시로 접근을 해서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죠. 노숙인 밀집지역을 저희 직원들이 찾아다니면서 이분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나, 지원시설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욕구도 파악하고요. 또한 부산역에 몇 분, 서면에 몇 분, 남포동역에 몇 분이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그렇게 해야만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까요.

  9월 현재 부산에 거주하는 노숙인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국적으로 9월 초에 노숙인 수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부산에는 250여분이 거리 노숙을 하고 있는데 거의 근사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전국에서 시간을 정해 동시다발적으로 조사를 했기 때문이죠. 현재는 250분 정도가 있으시고, 겨울이 오고 날씨가 더욱 추워지면 잠재적인 노숙인 분들까지 더해 좀 더 늘어날 수 있죠. 평소 만화방이나 피씨방, 혹은 여러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면서 거리에 나오지 않으시는 분들이 있는데 경제가 어렵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면 거리에 나오시거든요.

  밀집지역을 언급하자면 부산지역 거리노숙인 가운데 60~70%가 부산역에 있고 나머지 분들은 서면 지하도, 남포동역, 해운대역, 구포역 등에 분포하고 있는데 거리보다는 조금 누울 수 있고 여러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에 주로 있어요.

  지난달에 서울역에서 노숙인 강제 퇴거조치가 있었고 어떻게든 시설로 유도하려는 조치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노숙인 분들은 주로 기차, 지하철역 주변에서 생활하는데 역은 많은 시민과 외국 분들이 이용하잖아요. 그곳에서 만성적으로 지저분하고 폭력과 알코올에 찌든 분들이 있기 때문에 시나 구청에서도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노숙인도 인권이 있는데 원하는 곳을 마련하지 않고 강제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강제퇴거조치를 하더라도 사전에 노숙인들을 심층상담하고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점차적으로 주변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겠죠.


  지난 2008년 코레일이 부산역에 거주하는 노숙인을 강제로 내보낸 적이 있는데 당시 센터 직원들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나 다행히 그 해 겨울부터 노숙인들이 하나둘 돌아오면서 다시 평화로워졌고 현재까지 부산역 주변에 대해서 담당 구청에서는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아요.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에서 노숙하는 분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요.
  왜 노숙을 하느냐 하고 상담을 해보면 이분들이 개인적인, 사회적인 면이 모두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먼저 가정이 깨어버리고 이혼을 하면서 술에 의지하고 가장 중요한 삶에 대한 의미와 목적을 상실하는 것이죠. 삶의 목적을 상실해 왜 내가 굳이 살아야 하는가라고 생각하면서 무기력증에 빠지고 결국 길거리를 전전하게 돼요.


  우리가 흔히 예비 장애인이라고 해서 사람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잖아요. 노숙인들도 태어날 때부터 노숙을 한 것이 아니고 언제부터인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점차 사회에 소외받은 사람들이거든요. 우리 역시도 언젠가 예비 노숙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이분들에 대해 이해 못하는 부분을 저들의 눈높이로 바라봐줘야 해요.

현장에서 노숙인들을 만나면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노숙을 하더라도 사회적 기반이나 가족이 있으면 사회에 빨리 복귀를 하는데, 이분들은 아무 것도 없어 노숙에서 벗어나기거 굉장히 어려워요. 그리고 항상 알코올에 중독돼 있기 때문에 무기력하세요. 학자들이 이야기하기로 노숙을 3개월 하고 나면 회복되는 시간은 3~5년으로 보고 있는데 사람이 악한 환경에 찌들어버리면 회복하는데 오래 걸리는 것이죠. 때문에 노숙인들에게 최대한 빨리 개입해 노숙이 장기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게 가장 중요한 것이죠.


  또한 노숙인을 도와드려서 이분들이 일을 하러 가더라도 가정이 없고 기댈 수 있는 곳이 없으니 한 달 동안 일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목적이 있어야 월급을 받아 무엇을 소비하고 또한 저축할 것인지를 생각할 텐데, 며칠 일을 하다가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 버리고 다음날부터 직장에 나가지 않는 것이죠.


  요즘은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분명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분인데도 본인이 병원에 가기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픈 분을, 이대로 방치하면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는 분을 두고 그냥 갈 수도 없잖아요. 지난 겨울, 정말 드문 경우이지만 이대로 있다간 동사하겠다고 판단한 분이 있어 저희가 의사와 경찰을 불러 강제로 병원에 모시고 간 경우가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노숙인이라고 필요악인 존재로 바라보지 마시고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면 더 없이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우리 역시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살아가는데 항상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봐주시면 좋겠어요.


  노숙인이 언제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이용시설도 있으며, 노숙인상담보호센터는 거리에 내몰린 노숙인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해주시고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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