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혹은 독서나 전어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부산 사람들에게 가을은 야구의 계절이다. 30년 동안 부산 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가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고향에서 온 네 사람이 다시 만나 롯데와 부산에 대해 생각을 나눴다. 먼저 정웅 씨는 부산 사람답게 “사직 야구장에 자주 가봤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런 부산의 야구 열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광주에서 온 관영 씨는 “야구 열기나 응원문화는 광주도 열성적이어서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광주를 연고로 하는 기아 타이거즈 역시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는 구단이다. 반면 경기도에 사는 은주 씨는 “열정적인 응원 문화가 새롭다”며 “부산에 오기 전에도 그 응원하는 모습 때문에 롯데 팬이었다”고 고백했다. 경기도에도 야구팀이 있고 야구 실력은 큰 차이가 없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팬들의 열정 덕분에 전국적인 인기구단이 된 것이다. 고향이 울릉도인 아람 씨 역시 “울릉도는 지역을 연고로 한 야구팀이 없는데 부산에서는 어디를 가든 다 야구중계를 보고 야구얘기를 하고 있어 놀랐다”며 “기회가 안 돼 아직 사직 야구장에 못 가봤는데 기회가 있으면 꼭 가보고 싶다”며 아쉬워했다.


  반면 부산의 자랑이 된 뜨거운 야구 열기는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정웅 씨와 은주 씨는 응원에 방해가 되거나 선수들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하는 관중들 때문에 기분이 상한 적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관영 씨는 “롯데와 기아의 경기를 보러 사직에 가서 기아를 응원했는데 선배들이 일부러 저를 보호하려고 가운데 앉힌 적도 있다”며 “그래도 광주 역시 못하면 심하게 욕도 하고 과격한 것이 부산과 비슷한 분위기라 괜찮았다”고 웃어보였다.


  야구팀과 함께 시작된 부산과 롯데 기업과의 특수한 관계에 대해서도 서로 생각을 털어놨다. 롯데는 부산과 가까운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광고에 자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웅 씨는 “기업으로서 롯데는 부산에서 인기가 별로 없는데 최근에는 일본 롯데 기업과 연관성 때문에 반일감정까지 더해진 것 같다”며 “편의점에서 일 할 때 롯데 제품은 일부러 사지 않는 손님이 거의 열 명에 한명정도 있었고 최근에는 불매 운동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광복동에 대형 롯데마트 입점 계획으로 주변 중소상인과 자갈치시장 같은 재래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지역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아람 씨는 “부산에 와보니 주변 사람들이 롯데 기업은 부산을 위해 환원하거나 해준 것도 없는데 이용당하는 기분이 든다며 안 좋게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관영 씨도 “사회 환원을 잘 하지 않는 등 고객만족이라는 트렌드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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