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불성설(萬不成說): 전연 말답지 않음, 전혀 이치에 닿지 않음

  경찰청 국정감사가 진행된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경찰 10만 1,298명 중 1,107명이 채증요원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경찰 100명 중 1명꼴로 집회ㆍ시위 현장 등에서 사진, 동영상을 찍는 채증요원인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사진 및 동영상으로 촬영한 인원은 무려 1만 3,321명으로 드러났다. 또한 촬영을 위한 장비구입에는 같은 기간 동안 16억 3,000여만 원이 쓰였다. 인권연대 이운희 활동가는 “경찰청은 채증에 많은 인력과 과도한 예산을 투입했다”며 “그러나 채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에 대한 예방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무분별한 채증 활동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1999년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현재 범행이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이고, 증거 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을 경우에만 영장 없는 사진촬영을 허용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간사는 “대법원의 판결과 경찰관 직무규칙에 따르면 채증은 집회·시위 관련자의 인권침해 예방과 사후 구제를 위한 증거 활동”이라며 “합법 집회에서도 채증 활동을 벌이는 경찰관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독일의 경우 집회·시위 현장에서 채증은 공공의 안전과 질서에 현저한 위험이 있을 때 먼 거리에서만 촬영이 가능하고 채증 자료 보존기간도 2개월 이내로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놓아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에 따라 집회·결사의 자유는 기본권 중 하나로 보장받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계자는 “집회ㆍ결사는 곧 개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의사표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경찰들의 채증 활동은 이러한 자유를 보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인정하는 권리를 넘어서고 있다. ‘피해자 구제’라는 말로 ‘인권침해’를 묵인하는 경찰청의 태도는 ‘만불성설’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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