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취약계층 보호할 수 있는 정책 필요해

주거정책 실패로 신빈민촌 형성
  부산시의 재개발·재건축 정책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의 복지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신빈민촌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청과 각 구청이 발표한 ‘2010년 통별 인구와 기초수급자 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대비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10% 이상인 신빈민촌은 245개에서 347개로 무려 102개나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도시연구소 양선우 박사는 “부산시 동구에만 70개 이상, 사하구와 해운대구에도 40여개씩, 부산진구에도 30여개에 달하는 신빈민촌이 형성된 상황”이라며 “재개발ㆍ재건축 지역과 임대아파트 지역 등이 신빈민촌으로 전락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임대아파트가 들어선 마을 중 기초생활수급자의 비율이 50%를 넘어선 신빈민촌도 무려 37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7년과 비교해 11개나 증가한 것이다.

 

활기가 사라진 전포동과 재송동
  현재 부산진구는 도시 재개발과 신빈민촌 형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몸살을 앓고 있다. 롯데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전포동 일대는 화려한 번화가로 거듭났으나 반대편에 위치한 부산동고등학교 주변 전포동은 신빈민촌으로 전락했다. 전국철거민연합 총무국 하은주 씨는 “부산시가 경제성장만을 목표로 도시 재개발을 실시해 주거 취약계층이 특정 지역으로 몰렸다”고 분석했다. 류숙희(전포동, 45) 씨는 “롯데백화점 주변과 이곳이 같은 전포동이 맞느냐”고 반문하며 “우리는 백화점에서 쇼핑은커녕 월세를 내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장순복(전포동, 67) 씨는 “낯선 사람들이 마을에 나타나면 마을 주민들은 재개발 관련 고지서가 대문에 붙어 있을까봐 두려워한다”며 “부산시가 나서 우리의 마지막 남은 주거 공간을 보호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해운대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재개발·재건축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센텀시티가 발전하며 해운대구가 부산시 부유층의 밀집 지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그러나 해운대구의 재송동, 반송동은 지역민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정부 지원금을 받는 수급자 계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센텀시티에 맞춘 도시 정책이 주거 취약계층의 터전을 빼앗고 신빈민촌 형성에 일조한다고 분석했다. 사업 실패로 재송동에 터를 잡게 됐다는 ㅇ(재송동, 54) 씨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조차 센텀시티와 재송동 지역민을 구분해 차별하고 있다”며 “가난하다고 차별받아 의기소침해진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털어놨다.

 

부산시 주거정책 방향 수정해야
  전문가들은 부산시가 주거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해 주거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도시행정협회 나영훈 연구원은 “부산시는 화려한 고층 아파트와 상가 건물로 주거정책이 낳은 부작용을 감추고 있다”며 “입주비용이 저렴하고 절차가 간단한 임대 주택 확보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주거정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부분이다. 건축도시연구정보센터 심의준 팀장은 “그 동안 부산시는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공사와 지역민의 갈등이 지속돼도 방관하고 있었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원만한 타협에 도움을 주고 무엇보다 지역민의 주거권 보호에 앞장 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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