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의 간판스타 누구!’. 팀에서 가장 인기가 많거나 실력이 좋은 스타선수를 이를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간판은 곧 팀의 대표이자 상징이자 얼굴을 뜻한다. 실제 간판도 그렇다. 간판은 한 가게의 상징이며 얼굴이고 또한 그 거리의 모습과 가치까지 결정한다. 한마디로 거리의 간판스타는 간판 그 자체다.


  그렇다면 우리학교 앞 모습은 어떤가. 대학로의 본 모습과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던 부대신문 문화부는 결국 팔을 걷어붙이고 간판을 직접 조사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무려 절반에 이르는 간판 표기가 외국어였다. 순우리말을 사용한 간판이 절반이라는 말이 아니라 글자 자체가 한글로 표기된 것이 절반밖에 안 된다는 말이다. 특히 영어 알파벳을 사용해 표기한 간판은 약 48%에 달했다. 간판만 봐선 뉴욕인지 부산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 순우리말과 외래어 구분은 하지 못했지만 아마 순우리말 간판은 10%가 안 될 것이다. 실제 2008년 동아대 국어문화원 조사에 의하면 약 10%만이 순우리말 간판이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별것 아닌 일일 수도 있다.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아닌가. 따라서 세계 공용어로 불리는 영어가 반 정도 섞였다고 뭐 문제냐며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절대 아니다. 자랑스러운 한글을 소중히 지켜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신세계와 인식체계를 결정하고 우리만의 정서를 형성하는데도 막대한 역할을 한다. 우리말과 우리글은 곧 우리의 정신이며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간판의 한글 사용이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언어로 인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된다면 영어 알파벳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은 우리학교 앞 가게 이름 중 절반을 읽을 수조차 없다. 한글만 알고 있으면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랍어로 가득한 길가에 서있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일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대학로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이들도 모두 있는 곳이다.


  영어를 읽지 못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문자인 한글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의 삶에서 영어는 필수가 아닌 선택일 뿐이다. 모두가 영어사대주의, 문화사대주의를 벗어 던지고 거리의 간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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