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물리학의 시대라 하면 21세기는 생명과학의 시대라고들 한다. 현대 생명과학분야의 꽃은 분자생물학이다. 분자생물학은 지난 1950대 생물학자인 왓슨과 물리학자인 크릭이 유전물질인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X선 회절을 이용해 밝히면서 태동한 분야이다. 물리학은 에너지보존, 운동량보존, 전하량보존과 같이 단순한 보존법칙을 바탕으로 극히 자연계의 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현상들의 조합으로 나눈 후에 그 단순한 현상을 위의 보존법칙들을 이용해 근본적인 성질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에 비해 생명과학이 다루는 생명체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므로 단순한 현상들의 조합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해 정량적이라기보다는 정성적인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에 반해 분자생물학의 분야는 나노미터 크기의 분자들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단백질분자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전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피코초(1조분의 1초) 정도로 짧다. 생물학자들은 그런 극히 작은 크기와, 짧은 시간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 그러므로 극히 미세한 크기와 시간의 세계에 익숙한 물리학이나 화학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잡지나 만화에서는 나노로봇이 피를 타고 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잡아먹고 문제성이 있는 세포나 바이러스, 병균들을 제거하거나 치료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를 실제 의료에서 이용한 경우는 없다. 왜 그럴까? 기계공학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모터들은 톱니바퀴의 연결들이 필수적이다. 이들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윤활유를 바른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인 세계의 기술은 나노크기의 세계에 가면 작동을 하지 않는다. 인간을 예로 들면 37도의 온도와 생체 식염수의 환경 아래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종류의 단백질들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움직이는 복잡계다. 그에 반해서 위장 내에 많이 있는 박테리아는 표면을 덮고 있는 섬모를 움직여서 이동한다. 섬모와 몸체의 연결부분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현대의 모터시스템과 놀랄 만큼 비슷하게 생겼지만 24시간 작동해도 발열의 문제가 없다. 거시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미시적인 세계에 바로 적용을 하기가 어렵다. 소위 말하는 패러다임의 변환이 필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른 학문 사이의 교류와 융합이 필요하다. 최근 공과대학 특히 기계공학과에서 생명과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한 학자들을 교수로 많이 채용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 하는 것은 좋은 예다. 우리학교도 이공계 학과에서 가르치는 과목 중 한 과목정도는 융합과학에 대해 가르쳐 학생들로 하여금 이에 대비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우리학교는 나노과학기술대학을 국내 최초로 설립했으나 우수학생 선발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말로만 융합이 중요하다고 하지 말고 학문들끼리 융합하고 학제 간 교류가 활발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법을 시급히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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