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계곡경(盤溪曲徑): 서려 있는 계곡과 구불구불한 길이라는 뜻으로 일을 순서대로 정당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함을 이르는 말.

  최근 여야는 한미 FTA 비준안 중 투자자 국가소송제도(이하 ISD) 조항을 둘러싸고 대치 중이다. ISD는 외국 기업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이하 ICSID)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국제정치학회 관계자는 “ICSID 중재부가 구성될 경우 세계은행 총재를 많이 배출하고 최대 지분을 보유한 미국에 전적으로 유리하다”며 “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보호조치 등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우리나라 정책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FTA 비준안에 ISD 조항뿐만 아니라 △한번 개방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는 래칫 조항(역진금지) △의료, 수도 부문 등 공기업 민영화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 등이 포함돼 있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김인아 팀장은 “현재 FTA 비준안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개입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며 “이 비준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속국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준안 상정에 난항을 겪자 지난달 27일 기획재정부는 MBC 방송을 통해 한미 FTA 광고를 공개했다. 광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영상, 기사 등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한미 FTA,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하겠습니다”라는 성우의 내레이션까지 담고 있다. 이에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참여정부와 현 정부의 FTA는 뿌리부터 다르다”며 “광고는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같은 관점으로 FTA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그려졌다”고 비판했다.


  FTA 비준안을 둘러싼 갈등에 정부와 여당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고인까지 광고에 등장시키며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반계곡경’이라는 말과 어울린다.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정말 국익을 위해서라면 광고 제작 이전에 당면한 FTA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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